영화 '파팩트 데이즈'
시인 에즈라 파운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진실한 자기표현’을
찾으려고 더듬더듬 모색하며, 그러다 진실 같아 보이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말한다.
‘나는 이것이고, 저것이고, 또 그것이야.’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더는 그런 존재가 아니게 된다.”
우리는 되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나 자신은 물론 타인도 섣불리 규정하면 안 된다. 주변
환경의 영향 속에 생긴 페르소나에 갇혀서 기대와 요구에 맞춰져 있는 인물, 누군가인 척하는
나로부터 벗어날 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살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 또 스스로를
책임지는 노동에서 보람을 찾으며 전문성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기나 젊은이들 대부분은 가시적 세계를 지엽적이거나 대충 보는
경향이 있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지식을 쌓기에 바쁘다.
그리고 실제 세계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속 게임과 만화, 픽션에 빠져 살아간다.
머리 위로 시선을 돌려서 하늘을 보고 주변의 사물들, 나무나 꽃 등 자연에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인간의 존재 방식에 따라 시각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흘러서 삶의 경험이 쌓이면 자신이 아무도 아닌 존재이고 만남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자각이 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사회의 경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유롭게 살 수 없다.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큰 일을 찾기보다 테레사수녀의 말처럼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이 변하는 가운데 진실로 사랑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가지려
하면 고통받는다. 사랑은 해도 해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사물들과 풍경들을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준다. 또한 문학과 음악,
그림 등 예술은 우리의 경험을 확장하고 따뜻하게 해 준다. 작가의 내부 원천에서 뿜어져 나온
풍부함이 흘러넘쳐서 우리의 마음을 적셔 준다. 그래서 외로움을 감내하고 자유롭고 충만한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영화 '파팩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 시부야의 화장실 청소부다. 매일같이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으며 휴식을 취한다. 일을 마치면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술 한잔 한 뒤 헌책방에서 산 책을 잠자리에 누워 읽는다. 아침엔
카세트 테이프로 좋아하는 올드팝을 들으며 일터로 향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나름대로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소박하게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