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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Sep 05. 2021

서로를 존재하게 만드는 조건

당신과 나는 동포(同胞)다


<노자>는 <도덕경>이라고도 한다. 노자는 이름도 없이 숨어서 조용히 살고자 했지만 유명해졌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과 무리들이 귀담아둔 말들이 전해지고 글로 남았으니까. 그는 道와 德을 핵심으로 

하는 우주생성론을 제시하였다. 그중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면서도 가장 강한 것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물'이다. 물의 성질은 매우 유약하지만, 물이 지닌 힘은 무궁하다. 그래서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질(‘아르케’)을 물로 본 것과 

같다. 노자는 자연계의 현상에 비유하여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라는 이치를 논증했다. 사람이나 

초목을 막론하고 너무 강건하면 결국 죽음의 길로 나아가게 되어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것을 부린다.

                 - <노자> 제43장 -


언뜻 대립되어 보이는 쌍방이 서로 의존하는 관계에 있고, 서로를 존재하게 만드는 조건이 된다. 노자의 

이런 생각은 단순해 보이지만 깊이 있는 통찰과 의미를 지녔다.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영원하고 초월적인 실재를 염두에 둔 것일까?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인간의 모순과 복잡성을 

깊이 들여다본 결과일까?

만물이 그렇듯 어느 한쪽만 절대적일 수 없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떠나서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사람, 피부 색깔이나 국적을 불문하고 나의 동포(同胞)이다. 하물며 가까운 사람의 상태는 

나를 존재하게 하는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당신과 나는 자존심을 다투거나 이해관계를 따질 사이가 아니다.


대광 아파트, 명 규원 作(2004)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추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착한 것을 착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착하지 않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有와 無는 서로를 낳고,

어려움과 쉬움도 서로를 성립시켜주며,

긴 것과 짧은 것도 서로를 이뤄주고,

높은 것과 낮은 것도 서로를 포함하며

노래와 소리도 서로 조화를 이루고,

앞과 뒤도 서로 따른다.


                                 - <노자> 제2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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