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동

by 명규원

지금까지 나는 이따금 화가였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키웠고 주부였다. 내가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작업실이 있느냐고 묻는다. 아니면 그 나이에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난데 아직도 그림을 붙들고

있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전혀 화가가 아닌 것보다 나았다.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엄마보다 그림 그리는

엄마가 더 좋다고 한다. 벽에 붙여 놓은 그림에 관심을 갖고 한 마디씩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냥 그림이네,”

“잘 그렸네 “


전시회를 열고 이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 그림은 기술적으로 다듬어서 재현해 내고 그럴듯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림은 단순히 나의 경험과 생각의 표현에 그쳐서는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고

소통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표현의 과잉과 멋진 장식, 혹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주의를

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표면적인 환영보다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고유하고 독특한 방식이 필요하다.

모든 예술은 삶에서 뭔가를 찾는 사랑의 행동이고 믿음의 행동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그림은 나 자신이 보고 싶고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바람과 기도이기도

하다. 지금 사랑의 행동과 기도가 절실한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