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감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번 생의 암호를 풀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러고 삽니까?
‘언젠가는 알게 될 모두의 것들‘ -이병률-
시인의 하소연? 모든 게 사랑이고 인생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사랑을 감각하게 되는 것은 드물게 일어난다.
상대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고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무시하고 무감각해지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좋아지고 자꾸 생각하게 된다. 마음이 시키는 고마운 일이다. 밀고 들어오는 파도처럼.
애타게 그가 연락해 오기를 기다리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음은 꽃다발을 품에 안아 든 채 계속 피어나는 중이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 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 한적
기차역에서 울어 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 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사랑을 노래한 시가 많은데 이처럼 절절하게 표현한 시도 드물 것이다.
사랑의 사건을 기억 속에서 하나하나. 끄집어낸다면 그 사랑의 빛은
가슴을 벅차게 만들어 준다.
언제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진다 해도 좋으련만!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다면 그 사랑의 에너지는 나를 초월한다.
그래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다른 내가 된다. 내 존재와 생명이 진정한
의미를 얻게 되는 것이다.
사랑을 감각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봄은 사랑의 계절이다. 주변에서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