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어려움
하루라도 화실에 나가서 작업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강박적으로 작품에 매달리는 화가들도 있다.
모든 것을 제쳐둔 채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지만 잘 안된다. 어떻게든 기발한 작품으로 뜨고 싶다는
갈망에 사로잡혀 있으니 진전이 없다.
미술작품은 재료와 아이디어가 그 어떤 사심도 없이(?) 하나로 결합되는 순간, 작가의 생각이
잘 표현될 때 완성된다. 그런데 외부 세계의 영향과 무관하게 창조되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라면
매 작품을 새롭고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개념과 기대로 인해 늘 딜레마에
빠진다. 창작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거나 주변의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면 더욱 그렇다. 화가는
자존심을 세우려다 겉멋이 들고 그럴듯해 보이는 피상적인 그림을 그릴 위험에 떨어지고야 만다.
어렵사리 완성한 작품이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작업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진실이 드러나게 마련이니까. 작가가 사랑하는 것, 관심을 가지는 것과 같은 내면뿐만
아니라 세계관을 포함한 자신을 세상에 노출시키게 된다. 작가의 의도든 아니든지 간에
작품에 담은 모든 것이 울림을 일으킨다. 예술에 대한 반응은 너무나도 민감하고 솔직하다.
작가의 열의, 게으름, 주저, 허위의식, 과욕 등 작업에 임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흔히 예술가들 자체는 정상성의 모범이 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자기 세계에
몰두해서 여타의 것들을 등한시한다. 자신이 원하는 작품의 세계를 위해서 만족할 줄 모르고 완벽을
추구하다가 몸과 마음마저 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Ben Shahn이 빈정대었듯이 “거실 벽에 반 고흐의 작품을 걸어놓는다면 굉장한 자랑거리가
되겠지만, 반 고흐가 거실에 앉아있다면 많은 열정적인 예술 애호가들은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벤샨(1898-1969)은 리투아니아 출신으로 1930년대 미국 경제공황기로부터 냉전 시기까지 활동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정치적 참여 작가로 알려졌지만, 미국의 정체성과 삶의 다양한 양태에 새로운 시선을
갖고 템페라화를 복원시키는 작업도 했다.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이주민 재정착 위원회'의 벽화 및 사진 작업을 하며 남부 도시를 여행했는데, 실제로 보고 느낀 것이 많았을 것이다. 그는 역사에 기억할 민한 작품을
남겼다.
그 후 세계 2차 대전의 공포를 통해 더욱 내면적 주관적 회화 양식으로 변화시키고 종전 후 추상화로 선회한 주위 작가들과 달리 내러티브 전통의 틀을 유지했다. 추상 표현주의가 대세였지만 주변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메시지가 강하고 색감도 뛰어나서 인상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