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 감정과 생각들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이 파문을 번지게 만들었다. 그냥 마음속 한구석에 있다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묻히고
말았을 텐데.... 아주 우연한 계기로 오랜 마음과 무의식적 감정의 둑이 터졌다. 마음의 물결이 일어 잦아들 줄 모른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당황스럽다. 주체할 수 없이 요동치는 감정의 파고를 겪고 있으니. 이제와 이 나이에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 야릇한 느낌인데,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누군가를 향한 간절함을 느끼다니!
목소리라도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를 듣고 나니 계속 가슴이 아프다. 만나서 서로에게 다정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러면 나아질까? 그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살았다. 그런데 왜 지금은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유행가 가사들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아서 놀란다.
모든 것이 가을답게 온화하고 아름답던 날씨를 선물로 받은 여행의 끝자락에서 시작되었다. 돌아오자 비바람이 몰아쳤고 낙엽이 우수수 쌓였다. 계절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인 것이다. 갑작스럽게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옷 속으로 싸늘하게 파고들면서 일으킨 변화일까? 얼마간 시간이 지나 다시 묻혀버릴 감정일 수 있다. 곰곰 나를 들여다보니 이렇듯 마음이 사로잡히는 경험, 몇 번인가 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듯 사랑을
향해 마음이 열릴 때가 있다. 그립고 마음이 시리고 저리는 것이 문제다. 출렁이는 마음의 물결을 이겨낼 수
있을까? 밀물처럼 가슴속에 밀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으니...
이것은 오래된 미래로부터 잃어버린 시간이 간직한 끝 모를 그리움이다. 이렇게 찾아와 내 젊은 날의 꿈을 일깨 우다니! 어떻게 할 수 없는 강력한 힘에 흔들리면서 고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