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두 개의 세계를 향하고 서로 만나는 과정이 이어진다.
외부의 힘에 대응하는 적응 능력이 부족한 청년기는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모색하고 노력해야 한다.
눈앞에 여러 가능성이 보여서 기회를 잡기 위해 또 목표를 향해 계속 시도해 나가는
시기인 것이다.
그렇게 인생의 의미를 바깥세상에 두고 있어서 직업이나 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충분히 수행되지 못할 때 신경증적 불안감이 생겨난다. 만족할 줄 모르고 뭔가 더 화려한
외양과 물질적 조건을 갖추려 한다. 그 속에서 인간관계는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모든 스트레스의 근거가 된다.
그러다가 인생의 오후엔 마음의 에너지가 점차 방향을 전환하여 내적인 세계를 향해
흐르기 시작한다. 그동안 미뤄두고 있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 다시 시작된다.
내면의 그림자를 보듬고 외로워하면서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자기 안에서 일어나 멈출 수 없다.
죽음의 문제와 함께 자기 생명의 영원한 거처를 향하여 묻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물어간다는 것은 개체로서 자기의 삶을 넘어서 영원의 문제를
의식하는 것이다. '영원'은 시간이 무한히 지속된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를 진지하게
살아가려면 영원을 바라보고 믿어야 한다. 영원을 준비하는 것과 나 자신에게 충실한 것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우리는 경험과 기억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마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양자역학에서도 시간은 흐르지 않고 사건들 사이의 관계적 현상일 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인간은 과거를 보존하고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오늘과 영원’을 연결시킬 수 있는 존재다.
미래를 선취하는 직관을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 주어진 옳고 그름, 진짜와 가짜를
판단하는 능력과 시간성에서 보편적으로 영원과 영혼의 영역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