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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

외롭고 그리워라

by 명규원

누구나 청춘의 트라이앵글을 벗어나지 못하고 겪으며 성숙해진다. 멋들어지고 싱싱한 세상을

만났지만 방황하고 후회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청춘이다. 두 손으로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쥐고 있더라도 대부분 인생이 무엇인가를 모른 채 흘려버리고 만다.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바라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꿈꾸며 오직 자유롭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모든 선택에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과 무엇이 되기를 바란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혼자서 괴롭고 외롭고 힘들어했다.

그리움?

'괴로움'은 오래 지속되었으니까 확실하고 '외로움'은 가끔 느꼈다. 그런데 '그리움'은 잘 모르고

지나갔다. 대학 진학으로 고향과 가족을 떠났지만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늘 그렇듯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다.

그리움이 고통이 되는 것을 실연의 아픔 속에서 맛보기도 했지만 웬만큼 시간이 지나자 극복했다.

언제든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면서 아득한 느낌과 그리움에 잠기는 순간이 있긴 했어도 사무치는

그리움의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이제 인생이 주는 것을 아무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게 된 나이에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이제 와서 사랑이라니...! 그러나 사랑의 소중함을 알기에 나를 찾아온 사랑을 거부하지 못하고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해서 생기는 그리움을 거의 병처럼 앓고 있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


본래 인간이란 생명체 자체가 사랑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은 기쁨을 주지만 고통과 슬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랑을 하기도 쉽지 않고 사랑을 지키며 살기도 어렵다.

최근 들어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고 살아온 걸까?

자신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는 데에 사랑만 한 것이 없다. 사랑하지 않으면 자기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깊은 자기 이해에 도달하는 길은 사랑밖에 없다. 단 한 사람, 오직 그 한 사람을 향하고

그 사람을 위하고 싶은 마음...


나무도 새처럼 나비처럼 자유롭고 싶지 않을까? 나무는 뿌리내린 땅을 떠날 수 없다. 그래야 살 수 있다.

묵묵히 견디고 모든 것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면서 나무는 시간을 쌓아간다. 지금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앙상한 가지에 몸의 물기를 빼가면서 더 단단하고 메마른 상태로 죽은 듯이 서 있어야 할 때다.

하늘을 향한 기도처럼 나무의 모습이나 시간은 늘 거룩하게 다가온다. 밤은 길고 겨울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찬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마음의 온기, 사랑이 모두의 가슴속에 타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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