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거리

by 명규원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는 작가의 의도와 표현 기법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직관적 느낌보다 작품을 좀 더 이해하게 되면 좋아하고 애정하게 된다.

K-Pop은 시각 청각 가릴 것 없이 모든 감각을 극대화하여 환상의 세계를 연출한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서 확산된 결과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미모의 젊은이들이 표현하는 열정과

행복을 보면서 열광한다.

'아이돌이 아티스트냐 아니냐’는 논쟁과 기획사와 프로듀서에 의해 공장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 인식도 있다.

하지만 서로 상호작용하여 내놓은 일종의 예술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음악에서 느껴지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건 보편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제 흥행하는 산업이 된 K-Pop은

기획사와 아이돌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하나로 묶여서 움직여 가는 문화현상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뉴진스 사태는 한 개인의 지나친 욕심에 멤버의 부모들도 눈앞의 이익에

편승하면서 판단력을 상실한 결과다.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

아직 미성년이거나 겨우 성년의 나이가 된 멤버들이 직접 나서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 않고

안타까웠다. 우리 정치 현실의 축소판 같아 씁쓸하고 걱정스럽다.

모든 공동체는 개인들이 정직하게 자기 몫을 감당하면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존속할 수 있다. 양심의 역할이 필요하다. 각자가 맡은 영역에서 최선의 것을 내놓고

서로를 인정해 주며 함께 협력해 나갈 때 가능하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자와 얼룩말이 평화롭게 있는 모습이 가능한 것은 '임계거리'

때문이다. 육식동물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도망갈 수 있는 초식동물의 거리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도 상대를 잘 모를 경우엔 불쾌하거나 위협적이지 않은 최소한의 거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호감을 가진 사람이나 친숙한 사이라면 갑자기 훅 들어와도 괜찮다.

이미 마음의 벽이 없이 받아들인 상태라서 그렇다.

그런데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친밀한 관계만큼 임계거리가 중요하다. 아이들의 성장과정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에는 더욱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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