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으면…!
오래된 동네라서 길냥이들이 같이 산다. 골목길에서 자주.
마주치고 우리 집 옥상에도 고양이가 드나든다.
얼마 전에 가끔 야옹거리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하던 녀석이
새끼를 낳았다.
어미가 보이지 않을 때 햇빛을 받으며 놀고 있는 새끼
두 마리 중 하나는 털이 삼색이고 파란 눈동자였다.
젖이 충분하지 않은지 말라 보여서 큰 딸이 이유식과
사료를 구입했다. 물과 이유식을 챙겨 주니까 좀 먹더니
며칠 전부터 자취를 감췄다.
그저께 낮에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나가 보니
삼색 고양이였다. 어떻게 그동안 더 작아졌지?
태어난 지 두 주가 안 돼 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눈이
붙어서 뜨지 못했다. 소독 거즈로 눈을 닦아 주고.
이유식을 손가락에 묻혀서 핥아먹게 했다.
퇴근한 큰딸이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어서 설탕물을
주사기로 먹였다. 집에 항생제가 있어서 극소량을 또
설탕물에 타서 먹였다. 박스에 수건을 깔고 핫팩을 넣어
따뜻하게 잘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어제 아침에 옥상에 올라가 보니 새끼 고양이가 웅크려
자고 있어서 또 설탕물을 먹였다. 똥 냄새가 나서 밖으로 꺼내 햇볕을 쪼이라고 놔두었다.
앉아서 파란 가을 하늘을 쳐다보았다. 요즘 자주 흐리고
비가 와서 파란 하늘과 햇살이 반가웠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나팔꽃 줄기가 나무 끝까지 뻗어 올라가서 귀여운
파란 꽃들을 피웠을까!
심지도 않았는데 선물을 받고 고양이 덕분에 더 많이 핀
꽃들을 보게 되었다. 내가 성급했을까? 새끼 고양이 눈은
파란색이 아니고 다른 놈이었는데 반가워서 손을 댔으니
어미가 시원찮아서 버렸는지 몰라도 어떻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팔꽃 사진을 찍고 내려오다 어미처럼 보이는 고양이가
지나가서 내가 '미야옹' 소리를 내어 부르고 눈이 서로
마주쳤다.
"야옹아 네 새끼 데려가!"
……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몇 번 들리다가 조용해서 다시
올라가 보니 어미가 물고 갔는 자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휴~
어미가 새끼를 핥아주며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을
보았었다. 먹이를 줄 수 있지만 그 사랑을 대신할 수 없고 사랑이 없으면 새끼는 잘 자라자 못하고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질 것이다. 얼마나 잘 됐는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