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신과 같은, 어머니

아니 에르노, <한 여자>

by 명규원


우린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고유하고 유일무이한 한 사람의

세계를 소중히 여기며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 보았는가?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분신과 같은 존재, 어머니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았다>에서 작가는 치매에 걸려 노인병 전문 의료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고 참혹한 상태를 겪는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자꾸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어서 자식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토로했다.

딸은 찾아가서 정성을 다해 돌보며 어머니가 그렇게라도 존재하기를 바랐다. 주변에서

돌아가는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라 해도 어머니의 죽음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노벨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가까웠던 ‘한 여자’, 어머니에

대해 책을 썼다. 시대의 격랑에 맞서 강인한 의지로 삶을 일구고 자식을 키운 한 여자의

보편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노르망디 소도시 공장에서 일했던 어머니는 자신의 처지에 저항감을 느끼고 결혼 후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카페 겸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다.

오직 자식이 양질의 교육을 통해 상류층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헌신했다. 살림이 빠듯한 어머니들이 그렇듯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활기차고 강하고 아름다운 어머니는 한편으로 거칠고 너무 요란스럽기도 했다.


“정신을 풍요롭게 해야 한단다.”


어머니는 지적 호기심과 정신적으로 향상된다는 것,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교양 있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지식과 취향은 부족했다.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어머니는 더 이상

롤 모델이 될 수 없었고 사소한 일로 자주 부딪쳤다.

“나는 그녀가 말하고 행동하는 거친 방식이 부끄러웠는데, 내가 얼마나 그녀와 닮았는지

느끼고 있는 만큼 더더욱 생생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다른 세계로 옮겨 가고 있는 나는

내가 더 이상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 여전히 내 모습인 것에 대해서 어머니를 원망했다. “


어머니가 원하던 대로 딸이 교육과 결혼으로 계층 상승에 성공하고 대학 강사가 되어

자랑스러워했지만 안타깝게도 여유로운 삶을 함께 나눌 수 없었다. 어머니는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늘 뭔가를 주거나 도움이 되려고 했다. 남편과 사별 후 딸이

집에 모셔왔지만 이사를 몇 번 하는데 적응하기 어려워 다시 혼자 살다가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갔다.

자신과 부모의 치부, 부끄러움, 굴욕, 고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일기를 적는 것과 같은

이런 글쓰기 방식은 아니 에르노의 특징이다.

“이것은 전기도, 물론 소설도 아니다.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리라. 어머니의 말대로 내가 자리를 옮겨 온 이곳, 말과 관념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외로움과 부자연스러움을 덜 느끼자면, 지배당하는 계층에서 태어났고 그 계층에서 탈출하기를

원했던 나의 어머니가 역사가 되어야 했다. “


우리의 기질과 성향, 어떤 재능 그 밖의 많은 것들이 누군가로부터 왔다. 나의 자아정체성도 경험과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 것이다. 사람들의 삶의 주기와 생활 방식을 좌지우지했던 것도

지역성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어머니의 폭력, 애정 과잉, 꾸지람을 성격의 개인적 특색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의 개인사,

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보려 한다. 그러한 글쓰기 방식은 내 보기에 진실을 향해 다가서는 방식.,

보다 일반적인 의미의 발견을 통해 개인적 기억의 고독과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돕는 것이다. “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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