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잘 사는 것

by 명규원

20세기에 북아프리카 땅속 깊이 파묻힌 로마 세계를 발굴하다가 알제리의 팀가드(Timgad) 장터에서

2~3세기의 비석이 하나 발견되었다. 이 비석에는 '사냥', '목욕', '놀이', '웃음'이란 말이 새겨 있었다.

삶에서 중요한 것, 바로 생활인 것들을 표현한 말이다.

오래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죽음의 잠을 자고 있는 친구 엔키두(Enkidu)를 돕기 위해 나선 길가메시는

인생 불멸의 비결을 찾기 위해 온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기원전 2800년경 우르크를 통치했던 길가메시는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영생을 얻는 데 실패하고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남긴 서사시는

불멸하게 되었다. 선술집 주인 사두리는 그에게 “신이 창조했을 때, 인간에게 죽음을 주었다.... 그러니

배불리 먹고 즐겨라.”라고 말한다.


네 배를 채워라,

즐겨라 낮에도 밤에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라!

춤추고 놀아라 낮에도 밤에도!

물에 들어가 목욕하고,

네 머리를 씻고 깨끗한 옷을 입어라

네 손을 잡은 아이를 바라보고,

네 아내를 안고 또 안아 즐겁게 해 줘라


아름답고 좋은 인생이 단순한 데 있다! 성서의 전도서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볼 수 있다. 마치 인생의 쓴맛,

단 맛을 다 보고 인생의 황혼 길에서 겨울을 맞이한 노인의 이야기 같다. 벌거벗고 태어난 몸 그대로 돌아갈 것이며, 인간의 생명은 짧고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 욥의 생각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영원한 생명을 찾기는커녕 철저하게 현세적인 관심과 삶을 위주로 이렇게 권한다.

"멋지게 잘 사는 것은 해 아래서 수고한 보람으로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이다."

인생이 비록 짧아도 하느님이 부여해주신 것이니 그렇게 살 일이다. 인생이 누릴 몫을 짊어지고 노력해서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도 하느님의 선물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만 바라시니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전도서 5:18-20>

인간에게 삶의 불안과 압박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삶의 조건 속에서 오늘을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근심이나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하느님의 선물에 대해 기뻐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제한된 삶의 날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인간의 욕심이 근본적으로 충족되기 어렵기에 대부분 완벽한 향유의 가능성도 차단한 채 살아간다. 따라서 삶을 채워주는 내용과의 관계를 즐기고

만족할 수 있는 '평안'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재물을 소유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하느님이 부여해

주신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을 실현하고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인간의 삶이란 불확실하고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사는 자세도 필요하다.


당신 앞에서는 천년도 하루와 같아

지나간 어제 같고

깨어있는 밤과 같사오니

당신께서 휩쓸어 가시면

인생은 한바탕 꿈이요,

아침에 돋아나는 풀잎이옵니다.

<시편 90:4~5>

keyword
작가의 이전글황당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