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이고 영원한 시간

새해에도 변함없이....

by 명규원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들을 바라볼 필요를 느끼는 것은 화가들뿐 아니라 모든 예술가에게 공통적이다.

평생 걷는 것, 산책하는 것을 사랑했던 로베르트 발저는 크리스마스에 혼자 산책하다가 쓰러져 죽었다.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사랑하는 능력을 지닌 작가였다. ”바라보이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라고 자신의

작업방식에 대해 기술했던 세잔도 그랬다. 예술을 통해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한 세잔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다 죽기를 바랐다.

그에게 그림 그리는 것은 관찰한 사물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 안의 조화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인상파에 속했지만 순간적인 인상으로 사물을 흐릿하게 표현하는 게 불만이었다. 그는 보다 불변하는 영속적인 대상과 조형원리를 찾았다. 아무리 빛에 따라 색채가 달리 보인다고 해도 그림에는 변하지 않는 것, 바로

형태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상주의의 빛나는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형태의 투박하지만 분명하고 뚜렷한

선과 강렬한 에너지를 그림에 표현했다. 오랫동안 플랑드르 회화에 감명을 받았던 세잔은 유사한 색조로

정물화를 그렸다. 사물의 본질과 새로운 화면을 구상하는 데 몰두하여 무미건조한 주제를 위대한 미술로 끌어올리게 되었다.

가장 잘 알려진 <사과와 오렌지>(1895~1900년 경)는 전통적인 단일 시점에서 벗어나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사과를 한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불균형과 왜곡도 시도한 결과 새로이 조화로운 구조를 만들어 냈다. 또한

고향 엑상프로방스의 생 빅투아르 산 연작과 마르세유만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 에스타크에 머물며 풍경화 작업을 했다. 몇 백 년 동안을 변함없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에 머물러 살았고 은둔지로 삼았다. 자신의 작품이 ‘더 단단하고 오래 지속되기를’ 원했던 점에서 영원성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

단테의 <신곡>을 늘 곁에 두었던 세잔은 지상의 순수함, 순진무구함을 추구하면서 인물과 자연의 형태를

단순화시키고자 했다. 그가 과감하게 시도한 복수 시점과 기하학적으로 단순화한 형태는 20세기 마티스와

피카소 같은 화가와 새로운 미술 운동들을 탄생시켰다. 자신이 말한 대로 세잔은 1906년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쓰러졌고 얼마 후 폐렴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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