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는 힘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해

by 명규원

예술은 그 안에 사람의 주의를 끌고 '사로잡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 자체의

표현에 휘말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술은 같이 향유해야 하는 항구적인 가치가 있는

것을 드러내기 위하여 그 자신의 그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그런데 전달할 만한 가치가 없다면 우리는 예술상의 묘기만을 음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라는 것보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질 때만 예술 작품은

감상자와 명상적인 상호 교환의 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허구의 세계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술은 잠시만이라도 분주한 일상생활의 압박을 멈추기를 요구하고 너무 익숙해서 지루한 현실을

벗어나도록 해준다. 사물이나 인간, 삶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의미에서 풍부한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가들은 단순히 호감을 사기 위하여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작품의 한 지점에 우리를 서게 하려고 한다. 예술은 보통 기대하지 않은 것과 역설적인 것을 드러내는

형식을 가진다. 낯설거나 새로운 것으로 지성을 자극하고 도전하게 만든다. 이런 반응을 통해 우리는

즐거움을 느낀다.

작년에 본 영화 <헬렌>에서 핀란드의 뭉크로 불리는 그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외딴 시골에서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계속 작업하며 자화상으로 삶의 본질을 표현한 작가에게 어느 날 젊은 예술가 에이나르가 찾아온다. 예술성과 실력을 겸비했던 그녀의 가치를 알아보고 함께 지내며 모델이 되어주기도 한다. 자연스레 사랑이 싹트고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헬렌의 작품은 기묘하고 조용한 아름다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그녀는 에이나르에게 집착하기보다 유학을 보내서 미래를 준비하도록 이끌고 새로운 사랑과 삶을 위해 떠나는 것을 허용한다. 그런데 화가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보다 나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자신의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예술을 사랑하고 끌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서 바로 그런 예술가가 되기 위해 부족함 점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나 주제를 표현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작품을 나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나는 그림이 존재를 내다볼 수

있는 진정한 '창'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진리를 드러냄으로써 예술의 역할이나 의미를 찾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살았다. 그런 지향성도 좋지만 화가로서 살기 원한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헬렌 쉐르벡처럼 예술가적 자세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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