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자유

오컴의 면도날

by 명규원

인류의 역사에서 양심과 자유, 책임은 어떻게 발명되었는가? 오늘날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 중요한 '개인'의 탄생을 살펴본 책이 있다. 도덕적 단위이자 행위자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는

개인의 자유와 양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살펴볼 수 있다. 옥스퍼드 대학 교수였고 정치 철학자인 래리

시탠톱의 저서 <개인의 탄생>이다.

우리가 신을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의 이성은 신의 행위도 가정과 정의(定義)의 틀 안에 가두려고

한다. 감각 경험의 세계에 대해 필연적인 진리를 주장하며 인과응보의 교리를 만든다. 그러나 신은 인간이

생각하는 합리성의 범주를 넘어서 있다. 신의 자유, 한마디로 인간은 신의 섭리를 알 수 없다. 기독교가 신에 대한 의식을 통해 인간의 영혼과 개인의 양심을 이야기하는 것은 '내면성'과 '도덕적 능력'에 관심을 집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생각은 모든 인간이 신 앞에서 평등하다는 기독교의

핵심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컴은 신의 자유에 대한 사고와 함께 인간의 자유와 자율의 문제에 대해

숙고한 신학자요 철학자다.


"제한된 정보 하에서 진실을 논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최대한 줄여야 판단 오류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흔히 경제성의 원리, 단순성의 원리로 불리는 '오컴의 면도날'은 경험적 추론의 방법이다. 보편적 명제는 그 자체로 실제인가? 개념은 사물들의 세계를 요약할 뿐이고 어떤 한 종류에 속하는 개별 사물들의 유사성 또는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람의 마음이 발명해 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적인 용어나 개념이 사람의 정신에 강요할 수도 있는 강제성에 대한 혐오감으로 오컴은 '실재론'을 공격했다. 오컴의 '유명론'은 정신이 경험을 조직해서 '이름'을 부여하는 것('범주'), '형상들'을 단순한 감각 경험보다 더 현실적으로 여긴 플라톤의

형상론에서 벗어났다. 또한 인간 행동에서 이끌어낸 조건들을 인간 이외의 세상, 물리적인 세계에 투영하여 의도('목적인目的因')로 설명하는 관행도 배제했다. 개별 실재, 개체와 주체의 문제는 근대 철학의 길을

열었고, 인과관계를 '합리적인' 과학의 모델에서 '경험적'이거나 '실험적'인 것으로 바꿨다. 사건들의 규칙적 연결 혹은 영속적 연속을 빌려서 이해한 것은 물리학의 세계가 마법에서 풀려날 근거를 제시했다.

"양심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오컴은 의도가 훌륭한 행동의 경우에는 정의의
명령과 충돌을 빚더라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행위자가 판단을
잘못했을지라도 자신의 의도가 정의와 일치한다고 믿고 있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의 양심을 따를 의무가 있다. 정의를 촉진시킨다고 해서 그것이 자유의
소멸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유가 도덕적 행위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오컴이 양심에 따른 판단의 실수도 옹호한 것은 양심적으로 형성된 의도가 존중받을 가치를 지닌다고 본

것이다. 자유가 없으면 도덕적 행위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강요된 도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모순이 된다. 그는 모든 인간의 자연권을 옹호하지만 동시에 인간 이성에 대한 제한을 옹호했다. 그것은

신의 자유의 편재(偏在)에 대한 믿음에 따른 것이다. 하느님의 뜻과 의지에 대한 자발적인 복종을 통해서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은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성서에서 회심 사건 후 예수의 제자를 자처한 바울로가

말했듯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계승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세속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연적 불평등'이라는

고대적 정의 개념 쪽으로 기울었다. 반면 오컴은 아우구스투스의 사상과 가까웠고 철학과 신학, 신앙과

이성을 분리함으로써 중세 스콜라 철학의 붕괴를 초래했다. 그는 이단으로 몰려 4년간 유폐당하기도 했지만 그의 제자 루터는 종교개혁을 일으켰다. 둘 다 오직 믿음으로만 신을 알 수 있고 구원받을 수 있다는 입장

이었다. 오컴의 유명론과 인과관계에 대한 분석은 실증주의적 사고와 과학의 발전에 토대가 되고 근대주의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그러나 몇 세기 후에 유물론적 가설들과 합류하여 인간 중심적인 새로운 형태의

합리주의를 낳게 된 것은 인류에게 불행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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