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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Mar 11. 2022

한 권의 책

세상에는 오직 한 권의 책이 있다.

'나'라는 존재에 진실해진다면 알게 된다.

아무리 이상하고 기상천외한 인간일지라도 인간은 모두 거기서

거기일 정도로 닮았다. 인종이나 문화적 차이는 사소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크게 놀랄 것이 없다.

일찍이 몽테뉴가 깨달았듯이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관찰하면

세상의 보편적인 차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말라르메는 최상의 문학적 작업으로 도달하고자 한(건축적이고 미리 구상된)

 '한 권의 책'을 말했다. 보르헤스는 <바벨의 도서관>에서 진리를 온전히 담고

있는 '책의 책', '모든 책들의 열쇠'이거나 모든 책들을 완전하게 요약한 책을

찾고자 했다. 그런 책이 과연 있었을까? 그가 말한 '한 권의 책'은 모든 것을

통찰하게 하고 완전성, 절대성을 얻게 한다. 'the one'은 단순히 여럿 가운데

하나인 것이 아니라 '하나이면서 모든 것, One and All'이다. 그래서 그는

모든 인간에 대한 것은 '성서'나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다 이야기되었다고

생각한다.


보르헤스는 맹인의 시야 결코 암흑이 아닌 어스름하게 옅은 복숭아 빛을 띠고

있다고 했다. 책들로 둘러싸인 도서관에서 생애를 보내다시피 했지만 그런 천국보다

    책이 책상 위에 놓인 간소한 방을  원했다. 

한 권의 책을 생애에 걸쳐 정독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진심으로 음미하고 탐독하는 이유는 아직 만나지 못한 한 권의 책을 진정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보르헤스가 말한 대로 '우리 인생은 영원한 실재를 향한 끔찍한 꿈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뭔가 다르고 특별한-고향, 기질, 재능 등에서- 존재가 아니라

'보편적인 존재'로서 인간, 호모 사피엔스다. 동물의 한 종(種)이며 생각하고 문화를

창조하는 능력이 있다는   다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각자 자기 자신에 대해 갖는 책임(존재의 무거움),  자신을 

벗어날 수 없음(얽매임)을 의식하고 친숙해져야 한다. 인생이란 자기로부터 출발해서

자기로 돌아오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풀이되는 여행에서 우리 모두의

인생은 아름다운 책 한 권이 되도록 살아야 한다. 아니, 다만 몇 페이지가 되더라도

스스로 깨닫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을 계속 시도해야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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