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추한

<더 어글리> : 추의 문화사, 그리 첸 E 헨더슨 / 임성훈

by 명규원


누구라도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지 않을까마는 나에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상적이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못 했다. 굳이 예쁜 것을 찾지 않았지만 추한 것에 대한 거부감은 컸다. 추는 내게 괴로움과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 아름다움은 선하고 악은 추함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에 회피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역사적으로 추는 다른 사람들을 동정이나 관심을 가지고 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면하고 무시하는 태도로 받아들여졌다. 추의 많은 문화적 측면들은 여전히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이런 불편한 긴장에서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책 표지 그림부터 시각적으로 불편한 마음을 접고 읽으면서 덮었다가 다시 펼쳐보기를 반복하느라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름다움'과 '추함'이란 개념이 지역과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역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추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역설적 속성은 예술의 기능을 담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주목받는 현대 작가들의 추한 예술작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매력까지 있다. 저자의 말대로 작품들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서 정적인 개념들을 넘어서려는 시도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지겹다. 오랫동안 미 개념은 변화해 왔지만,

아름다운 대상은 언제나 반드시 어떤 규칙을 따라야만 한다. 하지만 추는 예측 불가능하며,

무한정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미는 유한 하다. 추는 무한하다. 마치 신과 같다."

-움베르토 에코


책에 인용한 움베르토 에코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빅토르 위고가 "아름다움이란 가장 간단한 측면에서 본 형식이다"라고 한 것은 바로 나의 단순함과 편협함을 일깨우는 것 같았다. 또한 '추에 대해서는 "우리기 포착하기 힘든 커다란 전체의 세부사항이고, 조화를 이루기는 하지만, 인간과 조화를 이루지는 않고, 모든 생물과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새롭고 불완전한 측면을 제시한다."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미에 대한 고정관념 속에서 살아왔고, 편안함에만 머무르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일본의 '와비사비 わびさび'라는 미의 개념은 다른 문화의 맥락이라면 '추'의 영역에 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어 와비(わび, 侘)와 사비(さび, 寂)는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묶어서 와비사비라고 한다. 즉 덜 완벽하고 단순하며 본질적인 것을 뜻하는 와비와 오래되고 낡은 것을 뜻하는 사비가 합해진 와비사비는 부족하지만 그 내면의 깊이가 충만함을 의미한다.

'시들고, 낡고, 변색되고, 상처 입고, 은밀하고, 조잡하고, 세속적이고, 일시적이며, 잠정적이고, 단명하는 것의 아름다움'이라고 크리스핀 사 트웰(Six Names of Beauty, New York, 2004 )은 정의한다. 이런 형용사들은 다른 문화의 맥락이라면 '추'의 영역에 속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자연과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므로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없는 불완전성과 비영속성의 미학인 것이다. 일본의 도기(한국의 막사발?), 나바호족의 양탄자 짜기, 이슬람의 서예, 아미시 파의 퀼팅, 터키의 조선술에 이르는 다양한 전통들은'의도적 불완전성'

혹은 '통제된 사고(事故)'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한다.


'예쁘고-추한'이란 개념은 프랑스에서 흔히 육체를 가리키는 18세기 개념으로 소급할 수 있는데 '불규칙성의 시학에서 유래된 것'이다. 시각적으로 정상에서 벗어난 미적 쾌락을 받아들임으로써 반사적으로 보고 접근하는 습관에서부터 벗어나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와비사비와 같이 '예쁘고-추한' 것은 매력적으로 되기 위해 무언가 조작해야 할 필요가 없다. 젊고 싱싱한 모습은 그 자체로 눈부시게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그러나 젊음은 사라지기 쉽다. '도리언 그레이 신드롬'으로 진정한 가치를 잃고 사는 것은 어리석다. 세월 속에서 쌓는 경험과 생각(관점)을 기지고 고상하게 늙어가는 모습도 아름답지 않은가?

누구나 자기 자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긴다면 꼭 세련되고 멋진 외양을 꾸미지 못해도 인간적인 미가 넘치게 될 것이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정신과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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