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여름날의 낮잠처럼 습하고 안락하며 깨어나기 힘들다. 그냥 이대로 푹 잠겨 있고 싶다. 퇴근후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버린지 어언 몇달째다. 학원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면 겨우 몸을 일으키지만 설거지까지 끝내면 다시 소파와 한 몸이 된다. 글쓰기는 우리의 친밀함에 끼어들 틈이 없다.
안락함에 완전히 젖어들 때쯤 무엇인가 나를 깨운다.
-이렇게 있다가는 영영 못돌아갈 수 있어. 원래 네가 있던 세계로 돌아가야 해.
나는 잃어버린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나를 해체하려는 세상과 기꺼이 그러나 겨우겨우 맞선다.
일상의 게으름으로 부터 숨을 곳이 필요하다. 그렇게 찾아낸 곳이 바로 스터디카페다. 책상마다 시력을 보호하는 간접조명이 달려있고 24시간 공기청정기가 돌아간다. 휴게실에는 제빙기와 커피 머신이 있어 언제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수 있고 입가심으로 딱인 사탕도 공짜다.
이런 신세계라니...내가 학생때 이런 곳이 있었으면 서울대도 거뜬히 합격했겠다 싶다.(머릿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못하겠는가?)
설거지까지 끝낸 늦은 저녁, 주말 아침 식사를 끝내고 노트북을 챙겨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그러기를 6개월, 어찌하다보니 원고지500매짜리 졸작 한편이 완성되었다. 더불어 위염도 덤으로 얻게 되었고, 부실한 몸 여기저기에 탈이 났다.
나를 찾는 것과 내 몸의 요구. 그 둘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 되었다. 한쪽의 요구를 들어주면 다른 한쪽이 아우성을 친다. 나는 애첩들에게 휘둘리는 왕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내 몸과 마음의 미묘한 권력 경쟁에서 나는 언제쯤 균형점을 찾을수 있을까? 오늘은 소파와 다시 한 몸이 되고 내일은 배낭에 노트북과 무소음 마우스를 챙겨 집을 나선다. 어쩌면 이것이 삶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