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을래? 아무거나
저기 가는거 어때? 좋아
넌 뭘 좋아해? 글쎄 잘 모르겠는데.
처음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였다.
유년기를 지나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환영받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을 받는데
왜 나는 별거 아닌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구박을 받는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다.
나의 무엇이 문제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어서
슬펐다.
나를 감추기로 했다.
예쁨 받지 못하는 내가 싫다면
나를 감추고, 적당한 사람의 흉내를
내고 살면 될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취향도, 친구도 없어지고
말도 없는 조용하고 음침한 성인으로 자랐다.
친구들과 만나면 습관적으로
식당과 약속 장소 선택권을 내주었고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들려주었다.
그럴수록 나는 외로워졌다.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나는 다른 사람의 흉내를 냈다.
나는 애교가 많지도 않았고, 알뜰하지도 않았다.
내 내면은 고분고분하지도 순종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오랜기간 학습한 대로 고분고분하고 순한
사람인척 굴었다.
그렇게 결혼을 했고, 참아왔던 무언가가 펑 터져버렸다.
오랜 시간 나를 위장해오던 가면이 부풀어 터진 것이다.
가면이 나인지
내가 가면이지도 모르고 산 세월이 너무 길었다.
한동안 나는 엄마 손을 놓친 어린 아이처럼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그러다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마음에 있었지만 해보지 못했던 일, 두려움 때문에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던 일.
가보지 않은 곳에 가보았고, 먹어본 적 없던 음식도 먹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의 취향을,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면을 벗은 나를
자랑스레 보여줄 날이 올것이다
아직은 무색무취여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