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7 - 10/20/2025
현금 $2,871.34.
투자 $500.
카드빚 –$4,162.95.
Total: –791.61.
숫자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빚이 줄어 기뻐야하는데 마음이 오히려 어지러워졌다. 빚이 줄어든 자리에는 평온이 아니라 ‘소비하고 싶은 욕망’이 들어왔다. 지난 주말 내내 나는 가방 하나를 들고 머릿속을 분주하게 오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내 파트너는 결국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거면 그냥 사. 주말을 통째로 그 생각만 하면서 보낼 거야?”
나는 지금 3년째 COS에서 60불 주고 산 밝은 크림색 가방을 들고 다닌다. 난 그 가방이 너무 귀엽고 좋다. 다만, 가을과 겨울이라는 계절에 어울리기엔 색이 너무 밝게 느껴졌다. 사람은 발 뻗을 자리를 보며 산다더니, 빚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니 새로운 소비욕구가 솔솔 올라오나보다.
좋은 가방은 갖고싶었지만 또 티나는 소비를 하고싶진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르메르 크루아상가방을 알게 되었다. 어떤 옷에도 무리 없이 스며드는 실용성과 미학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가방은 기능도, 디자인도, 정체감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단 한 가지. 가격이 1,500달러라는 점을 제외하곤 말이다.
일억 모으기로 작정했으면서 1500불이나 되는 거금을 쓸 순 없어 나는 결국 A급 짝퉁 사이트까지 샅샅이 뒤졌다. 후기를 읽고, 사진을 확대해보고, 실밥의 질감을 화면으로 더듬듯 추적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가방도 마음대로 못사는건가 슬퍼하기를 잠깐. 나름 경제적으로 책임감을 가지려는 나에게 뿌듯해하기를 잠깐. 주말 내내 마음이 갈팡질팡 하다 결국 사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요즘 미국 경기가 안좋은 걸 다운타운을 걸을 때마다 느낀다. 횡단보도에서 플라스틱 컵을 든 손, 허름한 담요 아래의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 사람들 중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도 있었고, 자신의 개에게 줄 밥을 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을 볼 때마다 내 가방을 열어 돈다발을 꺼내 쥐여주는 상상을 한다. 내가 내 돈 쓰는 것에 죄책감 느낄 것도 책임감을 느낄 것도 없지만, 내 가방을 사고도 저들에게 돈을 나눠줄 만큼 풍요를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상상했다.
나는 성장을 하며 내 주위에 미국에 사는 가족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살면 누구나 잘 사는 줄 알았다. 2년의 석사, 6년의 박사 과정. 그 시간 동안 인고를 거쳤지만, 아직은 자리잡는 시기라 그런지 내 삶은 박사 받기 전과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하필 지금 미국은 중산층이 잘 살기 어려운 역사적, 경제적 시기에 태어나 그런가보다 싶다. 내가 긴 인고를 지나고 또 인고를 선택한 것이 의미있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