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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자들은 반.드.시 상담료를 받으세요

by Dreamy Psychologist



나를 구독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돈에 진심인 심리학자이다. 내가 돈 이야기를 내 삶과 글 속에서 자유롭게 하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게 어렵기 때문이다. helping professional 이라는 특성은 타인을 향해 있는 일이기에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의 진정성을 깍아내는 일이라고 생각도 했었다. 물론 내가 존재해야지 남을 도울 수 있다는걸 깨닫게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이 아예 없진 않다.

환자와 만나는 시간을 돈으로 생각하는 것을 (때때로) 나의 정신과 감정을 보호해주는 강력한 보호막이 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잘 안풀리는 케이스를 침대에 누워서도 생각하는 아주아주 안좋은 습관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아 선생님이 환자를 이렇게나 생각하는 가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굉장히 안좋은 습관이다. 이러면 삶의 균형이 깨진다. 자잘하게 난 균열을 결국에 점점 큰 균열이 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잠이 줄어들고, 낮에 피곤하고, 내 최선을 세션에서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감이 들고, 다시 편히 쉬는 것이 힘들어 진다. 통합의 차원에서도 내 삶의 경계가 없는데 내 환자에게 삶의 경계를 세우라고 가르치는건 위선 그 자체이다.


이럴 때는 내가 한 세션에 받는 금액을 떠올리고 지금 내가 침대에 누워서 이 케이스를 고민하는 것이 받은 돈 보다 과하게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게 도움이 된다. 금액을 떠올릴 때면 내가 케이스를 풀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좀 줄어들고 몸이 잠을 잘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된다.


상담의 결과는 상담자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상담자만의 역량이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한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믿어주고 공간을 내어줄 때 내담자도 스스로 나서서 자신을 돕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상담은 내담자를 자신에게 의존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제 길을 걸어가게끔 잘 세워놓는게 목표이다.


상담을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이 길 선택한 사람을 있을 것을 안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솔직히 어느정도는 그렇다. 그리고 상담을 하면 실제로 내담자에게 특별한 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 맛에 취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돈을 받으시라는 거다. 내담자는 당신에게 돈을 지불하고 자신의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신을 만나는 사람인거지, 당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게끔 하기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중심을 잃으면 상담은 분명 길을 잃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상담자 후배가 있다면

지금은 사명감에 불타는 자신이 한낱 인간임을 철저하게 아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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