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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색 콩 Nov 26. 2023

아동미술, 입시미술, 그리고 유학미술을 겪으며 (4)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울며 멍하게 있던 와중,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럴 때인가? “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게 뭐지?”

지쳐 쓰러지듯 운 그날 나는 홀린 듯이 다시 한 곳으로 향했다.



학원에 갔다. 그리고 다시 연습했다.



그동안 죽도록 가기 싫었던 다른 전형이 있었다.

실기로만 증명받을 순 없었지만, 이후에 추가 시험으로 다른 전형을 반영해 들어갈 수 있었다.

한줄기의 빛이라도 잡고 싶었다.

머리로 생각했다기 보단, 몸이 그렇게 했다.

마음속에서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난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내 노력을 증명받을 거야. “


여기서 끝낸다면 말하지 못할 패배감이 들 것 같았다. 방법이 눈앞에 있는데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많은 걸 한다기보단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평소대로 연습했다. 심적으로 힘들 때마다 연습량을 늘려 생각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사실 같은 시험을 두 번 본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전의 시험에서 탈락의 고비를 맛봤을뿐더러, 이미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내가 두 번째 시험까지 했던 건

시험에서 떨어질 거라는 불안감과, 이전 경험의 감정을 없애는 과정이었다.


시험을 볼 때쯤 되었을 땐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오히려 편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고 느꼈기 때문이겠지. 그때쯤 되었을 땐 이미 이 과정과 노력 자체가 값진 것이라는 걸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몇 주 동안의 연습이 지났다.


똑같은 학교에 다시 왔을 때,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걸 기어코 다시 보다니.”


“자, 시험 시작합니다!”


.

.


.

두 번째 시험 결과는 햑교 교무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일부러 기대하지 않으려고 했다. 당연한 기대에 크게 데인 기억이 있어서. 결과가 어떻게 되던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1시 정각이 되자마자,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만큼은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모든 시선이 그쪽으로 쏠릴 때쯤,

“어? 선생님, 화면 다시 위로 한번 올려주세요. “

어?



“수빈아! 너 합격이야!!! “축하해!! “

.

.



.

그렇다. 난 합격했다. 그때 심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바닥에 주저앉고 싶었다. 기쁨보다는 안도감이었다. 내 모든 여정이 여기서 끝나는구나.

난 더 이상 나와 내 노력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그렇게 예고를 들어갔다. 누군가에겐 가벼운 기억일 수 있어도, 내겐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그 기억들이 생생하게 재현되는 듯하다.


내가 이 시기 때 얻은 것은

”노력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였다.

노력하면 발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부족을 인정했고, 혼자 새벽을 버티는 법을 배웠고, 비교에 개의치 않는 방법을 배웠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배웠다.


각인될 만큼 강렬했던 기억은 이후의 확신과 자신감이 되어줬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들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동기기도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입시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내가 처음부터 부족하다는 걸 알고 포기했으면 어땠을까?

첫 번째 시험에서 떨어지고 그만뒀다면 어땠을까?


사실 이건 내 첫 번째 실패 경험일 뿐이다.

동기가 오기던지, 자존심이던지,희망이던지 간에

목표를 끝까지 시도해 끝내 본다는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그 가치가 충분하다. 그리고 실패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





- 이후 유학미술 편이 연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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