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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괴물'을 관람한 후 (*스포주의*)

by 유슬
optimize.jpeg 출처: 네이버 공식이미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괴물'이 11월 29일에 한국에서 개봉했다. 영화 음악은 별세하신 사카모토 류이치 작곡가가 맡아 이목을 끌기도 했었다. 또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여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영화관을 찾았다. 아마 장르가 드라마, 스릴러이기에 관람하러 가기 두려운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관에서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기보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으로 인해 스릴러가 된 것 같다. 몸이 굳는 것 같고 계속해서 물음표가 생기는 이야기 흐름이었다. (아래부터는 주관적인 해석과 견해가 담겨있습니다. 공식적인 줄거리 요약은 네이버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관점은 관찰자로 이어진다. 이야기는 세 사람이 겪었던 감정, 생각, 시선을 담아내었다. 무기노 미나토(주인공 남자아이)의 모친, 호리 선생님(미나토의 담임 선생님), 무기노 미나토가 동일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꼈는지 관객들이 관찰하게 된다. 미나토 모친의 이야기를 볼 때는 호리 선생님이 이상한 사람이고 선생님이 미나토를 학대한 것 같지만, 호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보면 오히려 그가 억울한 상황이라 혼란스럽다. 이 두 이야기의 충돌을 와해시켜주는 것이 마지막 미나토 이야기이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모두가 비밀스럽다. 위에서 언급한 세 명의 캐릭터 이외에 호시카와 요리, 요리의 부친, 무기노 미나토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중반까지도 많이 풀리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의 성격과 처지를 설명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에 이러한 캐릭터성이 부여된 게 아닌가 추측한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사정을 다 알 수 없기에 마지막 미나토 부분에서 '아 이런 상황이었구나. 아까 앞에서 나온 것이 이렇게 이어지네.'와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보면 볼수록 복선의 이용이 뛰어난 영화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상미에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한다. 이야기가 혼란스럽고 복잡할 때는 차가운 색감을 연출하였지만, 이야기가 점점 풀려가고 마지막 미나토와 요리가 자유롭게 풀밭을 뛰어놀 때는 따뜻한 색감으로 연출하였다. 이 대비에서 원래 이야기 흐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파도처럼 오게 된다. 영화감독의 의도가 세세하게 잘 전달됨을 느낀 대목이었다.


연출에서 발견한 것은 이 정도였다. 이제 줄거리에 대해 설명할 텐데 영화에서 발견한 세 가지 집중 포인트를 제시하려 한다. 첫 번째는 이야기의 시작 사건을 강조된 이유, 두 번째는 왜 거짓말을 하고 죄를 뒤집어 씌웠는지, 세 번째는 이야기가 전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이다. 이 세 가지가 영화를 보며 초점을 두었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건과 주제를 추측했다.

걸스바의 화재와 이를 바라보는 미나토 가족을 보여주며 사오리의 시점이 시작한다. 미나토 가족은 싱글맘 사오리와 아들 미나토로 구성되어 있고 사오리는 남편과 사별했다. 화재를 바라보던 미나토는 사오리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돼지일까? 인간일까?" 이런 말을 들은 사오리와 관객들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이후 알 수 없는 미나토의 행동이 이어지고 사오리의 걱정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간다. 밤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 돌아오지 않는 것, 귀를 다쳐 오는 것, 신발 한쪽만 없는 채로 돌아오는 등 사오리는 아들이 왜 그러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 계속되는 사오리의 추궁으로 결국 미나토는 호리 선생님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토로한다. 선생님이 자신에게 돼지의 뇌라고 말했고, 자신을 때렸다고 말했다. 당연히 사오리는 이에 분노하고 학교를 찾아가지만, 담임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고 교장 선생님, 과거 미나토 담임 선생님 등을 만난다. 상담을 하는 교사들은 '극성 엄마가 찾아왔군, 싱글맘이라서 과한 반응을 해'처럼 귀찮아하며 최대한 학교에 해가 가지 않도록 일을 처리하려 한다. 거기다 교장 선생님의 태도는 사오리의 화를 정점을 찍게 한다. 죽은 사람 같은 눈을 하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며 사과로 무마하려는 태도가 사오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까지 오면 아마 대부분이 분노할 것이다. '싱글맘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지금 사과만으로 넘어가려 하네.' 하며 열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아직 1/3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

호리 선생님의 이야기 시작도 걸스바의 화재로 시작한다. 여자친구와 같이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중 자신이 맡은 반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는다. 호리 선생님이 걸스바를 다닌다는 것, 같이 있는 여자친구가 걸스바에서 만난 여자라는 것을 라이브 방송을 하며 지나간다. 이때 걸스바 화재를 목격한다. 호리 선생님의 루머는 학부모 귀에도 들어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호리 선생님의 이미지가 안 좋았다. 그래도 나름 호리 선생님은 자신의 반을 잘 챙겼다. 어느 날 호시카와 요리가 등굣길에 넘어져있거나 화장실에 갇혔을 때 도움을 주고, 갑자기 반에서 미나토가 자신의 짐을 던지며 난동을 부릴 때에도 안정시켰다. 요리와 미나토가 반에서 싸움이 났을 때조차 학교에 알려야 하지만 아이들의 처분을 걱정해 보건실에서 상처 치료를 도왔다. 앞에서 본 이야기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리 선생님은 자신이 미나토를 때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다른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학부모를 상대하는 게 더 어렵다면서 자신들에게 사오리 일을 맡기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는 그저 사오리에게 사과만 전하며 일을 덮기 급급하다. 사실 파악을 하지도 않은 채 사오리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한다. 결국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자, 학부모들의 원성으로 인해 학교 측은 호리 선생님의 잘못이 아님을 알면서 학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호리 선생님을 사직시킨다. 그 이후 하루하루 미나토를 원망하며 살아가고 다시 학교에 찾아가 미나토를 만나려 하지만 오해만 더 쌓이게 된다. 그러던 중 글쓰기 수업 때 요리가 쓴 글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호시카와 요리 무기노 미나토'(영화를 보고 깨달으면 전율이 올 것.)

그럼 무기노 미나토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왜 친절했던 호리 선생님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을까. 미나토의 이야기는 걸스바 화재보다 앞선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호시카와 요리라는 아이를 왕따 시키고 있었다. 그 이유는 병에 걸린 이상한 아이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책상을 더럽히고 화장실에 가두거나 물건을 빼앗는 등의 행동을 하며 괴롭혔다. 미나토는 그런 요리가 신경 쓰이지만, 모른척하며 학교 생활을 보냈고 오히려 가담하기도 했다. 어느 날 호리 선생님이 음악 교구를 갖다 놓고 오라 하여 요리와 미나토가 같이 가게 된다. 거기서 과자를 같이 나눠먹으며 친해지나 싶지만, 미나토는 요리에게 학교에서 아는 척하지 마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미나토는 계속 요리에게 관심을 가지며 학교 밖에서 친해지게 된다. 요리가 만들어놓은 비밀기지 열차에서 게임도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곳에서 미나토는 요리가 가진 병에 대해 듣는데, 바로 요리의 뇌가 사실 돼지의 뇌라는 것. 실상은 요리의 아빠가 가스라이팅하며 요리를 학대해 온 것이다. 여기서, 호리 선생님 이야기를 잠깐 가져와서 살펴보자. 호리 선생님은 요리의 괴롭힘과 관련해 가정방문을 갔는데, 요리의 아빠는 원래 그런 아이라는 식으로 말하며 '요리가 돼지의 뇌라서, 원래 이상한 아이니 신경 쓰지 말아라'라는 말을 했다. 아마 호리 선생님은 이상했겠지. 자신이 미나토에게 '너의 뇌는 돼지의 뇌야"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던 사오리의 말을 요리 아빠에게서 듣게 되었으니. 다시 돌아와서, 이런 말을 들은 미나토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돼지의 뇌를 이식하면 그 인간은 돼지인가, 인간인가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둘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사이이지만, 미나토는 학교에서 친한 사이임을 부정한다. 요리가 화장실에 갇혔을 때, 아이들이 책상을 더럽힐 때 미나토는 방관하거나 가담을 한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 요리를 모른 척 도와준다. 아이들이 요리를 괴롭힐 때 상황을 멈추려고 자신의 짐을 던지는 것이 바로 그 장면이다. 그 이후 또다시 아이들이 요리의 물건을 아이들이 돌려가며 빼앗고 있을 때도 도움을 준다. 한 아이가 미나토에게 요리의 물건을 던졌을 때 미나토는 요리에게 돌려준다. 반 아이들은 이를 보고 '러브, 러브'라며 몰아가고 그게 싫었던 미나토가 요리와 싸우게 된다. 이 장면에서 이 둘을 확대하여 보여주는데 둘은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는 장면으로 연출된다. 이 싸움으로 인해 미나토는 귀를 다치고 호리 선생님으로부터 괴롭힘의 주범으로 오해받는다.


이제 대부분의 실마리는 제공되었다. 하지만 몇몇 개의 일들이 빠져있어 완전히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다. 장면 하나하나가 복선이기 때문에 내용 파악이 힘들 것이다. 그래서 주관적인 해석을 더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보겠다.

먼저 미나토의 엄마와 호리 선생님 이야기의 시작점이었던 '걸스바 화재'는 왜 자꾸 등장시켰을까. 영화에서는 방화범을 추측할 수 있도록 여러 장면을 삽입하였다. 미나토를 방화범으로 암시하는 장면도 보였지만, 정확한 범인은 맨 마지막 이야기에서 나온다. 비밀기지 열차 내에서 미나토가 요리에게 걸스바에 불을 질렀는지 묻는다. 요리가 맞다고 대답하자 미나토는 다시 묻는다. 요리의 아빠가 걸스바를 다녀서 그러냐고. 이 물음에 대한 대답도 긍정이었다. 걸스바를 다녔던 것은 호리 선생님이 아닌 요리의 아빠였던 것. 여기서 영화의 핵심인물이 무기노 미나토가 아닌 호시카와 요리임을 알게 되었다. 모든 일의 시작점은 바로 요리. 이 이야기의 진행도 요리가 없으면 나아가질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자, 다음 두 번째 포인트. 왜 미나토는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호리 선생님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속였을까. 이것도 미나토의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나토는 요리와 친했지만, 그것은 반 아이들에게 들키면 안 되는 것. 또한, 영화의 뒷부분에서 미나토가 요리를 향한 마음이 우정보다 사랑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위에서 언급하지 않음. 영화 장면을 통해 봐야 알 수 있는 흐름.) 이 사랑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요리와 싸우다 생긴 귀의 상처, 미나토가 자신의 뇌를 돼지의 뇌라고 사오리에게 말한 것은 모두 요리의 영향이지만, 호리 선생님이 저지른 일이라고 속였다.

그럼 '괴물'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괴물=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임을 암시한다.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호시카와 요리, 무기노 미나토를 상징한다. 돼지의 뇌가 의미하는 것은 사회가 규정한 흠집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호시카와 요리, 무기노 미나토는 흠집이 있는 인간을 상징한다. 요리는 아빠의 학대와 또래 아이들의 왕따, 미나토는 방관자와 동성 간의 사랑을 나타낸다. 이들은 과연 괴물일까. 처음 미나토가 엄마 사오리에게 물었던 질문과 같다.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돼지일까, 인간일까", '흠집이 있는 인간은 괴물인가, 인간인가". 내가 영화에서 읽어낸 주제는 '사회가 가진 편견과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마라'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 아이가 풀밭을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것과 두 아이의 행복한 표정을 비춰주며 마무리된다. 둘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막힘없이 나아간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사실 끝없는 자유 속에서 살아가야 함을 나타낸다. (해당 문단은 다른 문단보다 주관적인 해석이 담겨있으므로 감독의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영화 '괴물'은 정말 연관성이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나를 놓치면 내용을 따라가기 벅찰 수 있다. 하지만 집중력 있게 진행 속도를 따라가고 기억한다면 깨달음이 계속해서 다가온다. 또한, 자신이 흠집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흠집 없는 사람이 더 없겠지만.) 자신을 투영시켜 내용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사소한 흠집으로 다수에 의해 배척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만 억울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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