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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응원해 주는 나에게

DISNEY, PIXAR / INSIDE OUT2 / 2024

by 유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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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어'. 이 말은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 이들에게 사랑받기 힘들고, 하물며 가족에게조차도 사랑받기 힘든 사회에서 나마저 나를 외면하면 누가 나를 사랑해 줄까. 인사이드 아웃 2는 현재 이런 우리에게 가장 울림을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틀은 라일리라는 소녀 안에 있는 감정들이 라일리를 위해 선택하는 일들로 벌어지는 사건이다. 인간에게는 정말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이 있지만,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기쁨, 슬픔, 분노, 까칠, 소심, 당황, 불안, 부러움, 따분함이 감정 캐릭터로 표현되어 나타났다. 시즌1에서는 사춘기 이전 초등학생의 라일리를 표현하며 기쁨, 슬픔, 분노, 까칠, 소심이의 등장이 전부였다면, 시즌2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를 표현하기 위해 당황, 불안, 부러움, 따분함이 추가되었다. 하키를 좋아하는 소녀인 라일리가 유명한 하키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인사이드 아웃 2의 주연 캐릭터를 뽑으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불안이를 선택할 것이다. 라일리의 미래를 위해 모든 불안한 변수를 생각해 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과부하가 오게 되는 불안이다. 라일리 안에 있는 감정들은 모두 그녀가 잘 되도록 노력하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감정들이 자신이 옳다고 선택한 일에서 라일리에게 피해를 줄 때도 있다. 불안이에게서 이러한 모습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었다. 결과를 좋게 하기 위해 과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결정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 이 같은 행동이 계속되자 스스로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불안에 빠지게 되고 폭풍처럼 변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불안이가 밉기도 했지만, 동시에 안쓰러움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아마 불안이가 우리 자신과 겹쳐 보이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불안이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를 사랑해주고 싶지만, 동시에 나를 미워하기도 했던 우리가 있다. 나를 위해 하는 행동이지만, 오히려 나를 상처 입히고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내가 미워지면서도 안쓰러워진다. 불안이는 이기적인 사랑을 했던 우리에게 위로를 주고 애썼다는 말을 건넬 수 있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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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말고도 주목할만한 부분이 더 있었다. 바로 자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첫 부분에서 기쁨이와 다른 감정 친구들은 좋은 자아를 라일리에게 심어주기 위해 긍정적인 기억들을 선별한다. 긍정적인 기억 담겨 있는 구슬은 라일리에게 자신이 좋은 사람, 완벽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불안이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불안이도 좋은 결과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중학교 때 친구를 버리고 코치님의 노트를 보는 행동들을 취한다. 그렇게 만들어 낸 이기적인 구슬들을 선별하여 최고의 라일리를 만들지만, 부정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되었다. 후반부에서 기쁨이가 감정 자신들이 구슬 하나하나 골라내고 없애는 과정이 절대 라일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불안이 모습으로 알게 된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 기억, 추억이 있어야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전달한다. 여기서 우리는 행복한 경험만 있는 사람, 약삭빠른 행동만 하는 사람은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번쯤은 누군가를 부러워해보기도, 화를 내기도 하고 눈물 나게 슬픈 일도 있어 봐야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나를 잘 파악하고 사랑하게 될 줄 알며 작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된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아직 이기적인 나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나를 사랑하는 길에서 벗어난 사람들, 성숙한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게 된 사람들 모두에게 따듯함을 전한다. 이 중 어느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도 잘못된 길에 있는 것이 아닌, 돌다리를 두드리며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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