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창비, 2023
우리는 살면서 “미쳤다”, “너 조울증 아니야? 왜 이렇게 감정기복이 심해?”와 같은 말을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미세한 차별(microaggression)에 해당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미세 차별 혹은 미세 공격이라고 번역되는 microaggression은 ‘작은’을 뜻하는 micro와 ‘공격’을 뜻하는 aggression의 합성어로, 인종, 장애, 성 소수자 등에 대한 미묘한 차별을 가리킨다.
책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는 양극성 장애, 조현병, 불안장애 정신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를 바라보는 사회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의 저자인 김현아 작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맡고 있다. 관절염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죽음을 배우는 시간”,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등 다양한 도서를 출판했다. 이와 동시에 저자는 강박 장애, 양극성 장애를 겪고 있는 딸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성급한 일반화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책을 통해 잘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의 가족들은 어떠한 고난을 겪고 있는지를 보다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은 정신질환자의 사회생활이다.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이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힘들다. 심지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른 신체적 병들보다 연구도 적기 때문에 자신에게 적합한 약을 바로 처방받는 경우 또한 적다. 이 같은 이유로 부양자가 있을 경우에도 비용 문제와 관련된 어려움이 크다. 물론 장애인 등록을 하면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보다 정신질환에 관한 인정기준이 다소 높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규직으로서 일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며 당사자가 직접 성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사회생활이 환자에게 필수적인 이유는 비용 문제 외에 다른 이유도 언급되었다. 바로 환자의 생활 회복이다. 환자가 병동에 있다가 다시 나왔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사회적응이다. 저자는 딸의 양극성 장애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판단할 때 아르바이트의 유무를 이용했다. 병동 밖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지니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주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일은 병동에서 완화된 질환을 사회에 맞게 다듬어주는 역할을 한다. 환자들이 죽을 때까지 입원하며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병이 완화되었을 때 재사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환자들의 사회생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차별과 미세 차별 모두 완화되어야 한다.
기성세대와 달리, 20대는 편견을 바꿀 기회가 많다. 직접적인 경험 외에도 독서를 이용하여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인식이 생기길 바란다.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던 차별을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를 통해서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보통 사람들보다 똑똑하게 바라보는 것, 섭식 장애를 겪고 있는 이에게 말라서 너무 예쁘다고 칭찬하는 등의 무례를 범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우리에게 공존이 무엇이고,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야 하는지를 전하고 있다.
참고문헌
박혜민, 「[번역기도 모르는 영어] microagression」, 『중앙일보』, 2021. 04. 08,
[번역기도 모르는 영어] microaggression (koreadaily.com) (접속일 2023. 04. 15)
김현아,『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창비,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