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 Everything Everywhere
영화에 관심있는 20대 독자라면, 아시아패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시아패싱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올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벌어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엠마 스톤의 차별이 있다. 이들은 해당 시상식에서 전년도 수상자이자 제 96회 시상자이었던 아시아계 배우 ‘키 호이 콴’과 ‘양자경’을 마주하고서도 인사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두 배우의 행동이 의도적으로 행한 차별인지, 아닌 지로 싸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세하면서도 교묘한 차별을 받은 배우들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연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불어 영화의 메시지도 강렬해졌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세 차별의 대표적인 대상인 동양인을 주요 역할로 하여,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에블린(양자경)’은 중국에서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를 만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에블린은 미국에서 결혼 후 세탁소를 개업하면서 ‘조이(스테파니 수)’를 낳는다. 조이는 동성애자로 자신의 외할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밝히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에블린의 반대로 조이는 큰 괴로움에 빠지게 된다. 에블린 또한 세무당국 조사, 딸과의 갈등, 남편의 나약함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 순간 자신과 같은 선택지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살아가는 멀티버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멀티버스란 어떤 누군가가 동시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우주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이 다양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들을 보고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우리가 행하는 차별들은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우리는 서로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워나간다.
영화 속에서 조이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대표적인 인간상으로 그려진다. 조이의 대사 중 “For most of our history, we knew the Earth was the center of the universe. We killed and tortured people for saying otherwise.”는 과거부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 사상에 따라 서로를 상처 입히고 있음을 전달하고 있다. 그 후에 나오는 대사인 “Every new discovery is just a reminder- We’re all small & stupid”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면 그 이전의 우리들이 얼마나 하찮고 어리석은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는 조이의 생각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 사상에 의해 크고 작은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그 신념과 사상이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뒤집힐 가능성이 크고 결국 피해 입은 사람만 남게 된다. 이러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괴롭히고 상처를 입히며 살아간다. 조이는 이 세상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기 위해 죽음을 택하려 한다.
에블린은 그런 부질없는 듯한 세상에서도 타인에게 희망을 보고, 사랑으로 치유하는 법을 배우는 인물이다. 그녀도 조이처럼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감정을 알고 나서 삶에 의미를 둘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 웨이먼드에 의해 다정하게 살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가 그녀에게 다정함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촉발제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촉발 기점 이전에 그녀도 다른 이들처럼 다양한 우주 속 사람들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기점 이후에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방의 상처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사랑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관점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관점에서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전달하여 사소한 상처를 주는 것을 줄여나간다. 에블린은 우리가 하찮고 어리석은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게 더 다정하고 때로는 나약하게 다가가야 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혼란스러움 속에서 살고 있다. 조이처럼 타인에 의해 쉽게 상처를 받고, 원치 않게 사과를 받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에블린처럼 쉽게 상처를 주고 원치 않는 사과를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웨이먼드처럼 서로가 더욱 다정하게, 때로는 나약하게, 친절하게 사랑해야 한다. 날 선 사회를 부드럽게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에블린처럼 어떻게 상대방을 대해야 하는지 깨닫고 변화해야 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또 다른 눈으로 타인의 마음을 바라보았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