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가계부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4년 가계부 실전후기 #할부#일시불 #현금결제 #자동차구입 #소비철학

by 두번째지니

[6화] 고속도로 정체의 원인? 할부 인생을 거부하다


분류기호: 595.3 (소비 생활 및 소비자 보호) / 327.8 (개인 금융)


결혼 전에도, 신혼 때도 저에게 '자동차'는 철저한 아웃 오브 안중이었습니다.

친정집은 지하철역에서 3분, 첫 신혼집은 1분, 두 번째 전셋집은 7분 거리였으니까요.

굳이 돈을 들여 쇳덩어리(돈덩어리)를 굴려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차의 편안함을 몰라서였겠지요.)


저의 소비 철학은 확고했습니다.

"집도 없는 사람이 차부터 굴리는 건 사치다."

집 없이 차를 사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끌끌끌' 혀를 차며, 자동차 유지비와 차 끌고 놀러 다니며 쓸 돈이면 가계부에 구멍이 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기차 덕후 아들과 함께한 지하철 원정대

게다가 아들은 돌 무렵부터 완벽한 '기차 덕후'였습니다.

섯 살 때까지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매일 저와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녔는데, 의왕역 철도박물관은 1년에 최소 12번 이상 출근 도장을 찍었습니다.

박물관 자체도 좋아했지만, 아들의 진짜 목적은 새절역에서 의왕역까지 6호선, 2호선, 1호선을 갈아타며 창밖을 구경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1호선 지상 구간에서 반대편 열차가 휙휙 지나갈 때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죠.

만약 그때 우리 집에 차가 있었더라도, 저는 기꺼이 아들 손을 잡고 지하철을 탔을 겁니다.

철학이 흔들린 순간

확고했던 '선 내집 후 자동차' 철학이 흔들린 건 아들이 여섯 살, 병설 유치원에 입학하면서부터입니다.

하원 시간인 오후 1시까지 엄마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친하게 지내던 여섯 명의 엄마 중 차가 없는 집은 저희뿐이었습니다. 결정타는 여름휴가였죠. 세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데 남의 차에 얹혀 신세를 지고 나니, 이제는 정말 차를 사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무엇보다 점점 커가는 아들에게 '여행'이라는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건 소모품을 사는 사치가 아니라, 아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교육비'라는 명분이 생겼으니까요.


전액 현금, 그리고 동그래진 영업사원의 눈

남편과 저의 인생 첫 차라 중고차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 4월, 자동차 구입비 2,000만 원을 전액 현금으로 준비했습니다. 대리점에 가서 아반떼 계약서를 쓰며 결제 방식을 묻는 영업사원에게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죠.


"전액 현금이요."


순간 영업사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습니다. 그는 다급히 쏘나타 카탈로그를 펼치며 설득하기 시작하더군요.

"사모님, 2천만 원을 현금으로 내시고 나머지만 카드 할부로 하시면 쏘나타를 뽑으실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단호했습니다.

"저희 수준에는 아반떼가 딱 맞습니다. 그냥 현금 결제할게요."


10년 넘게 일하면서 전액 현금으로 차를 사는 손님은 처음이라며 영업사원이 혀를 내둘렀습니다.

사실 저도 속으로 놀랐어요. '아, 사람들은 2,000만 원짜리 차를 사면서 돈을 다 안 내고 사는구나.'


그때부터 꽉 막힌 고속도로에 서 있을 때면 남편과 이런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현금 결제로만 차를 살 수 있게 법을 바꾸면, 지금 이 길은 뻥뻥 뚫려서 씽씽 달릴 텐데."


물론 영업사원의 조언을 완전히 무시한 건 아니었습니다. 연회비 12만 원짜리 현대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일시불 결제로 M포인트 100만 점 가까이를 챙긴 뒤, 바로 연회비 1만 원짜리 카드로 교체하는 꼼수는 아주 알차게 써먹었습니다.

할부는 딱 한 번, 그리고 영원히 안녕

제 인생에서 '할부'는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

신혼 초 독서지도사 수업 준비로 프린터기가 필요했는데, '9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말에 혹해서 돈이 있음에도 할부로 샀던 적이 있습니다. 프린터기를 쓸 때마다 기분이 몹시 불쾌했습니다.


"이건 아직도 내 것이 아니네."


그 서늘한 부채감이 싫어서, 그 이후로는 언제나 '일시불 인생'만 고집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들에게도 늘 이렇게 말합니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돈을 모아서 사라.

먼저 사고 나중에 갚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라.

갚는 그 기간 동안 네 인생에 무슨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주변을 보면 그런 변수들이 쌓여 부채가 심각해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목격했으니까요.


자동차는 샀지만, 저의 가계부 철학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반떼는 그저 우리 가족을 여행지로 데려다주는 수단일 뿐,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트로피가 아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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