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가계부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4년 가계부 실전후기 #다이어트#체중감량 #15kg감량#만보걷기#꾸준함

by 두번째지니

[7화] 15kg 감량과 에스프레소 머신 : 숫자를 통제하는 법


분류번호: 594.5 (생활과학 - 식품 및 영양 - 다이어트 및 식생활)


"유니세프에서 권장하니까."


그 대단한(?) 사명감 하나로 아들이 24개월이 될 때까지 모유 수유를 고집했습니다. 그 여파로 다이어트 시기를 훌쩍 놓쳐버린 저는 2008년 2월 무렵, 키 157cm에 65kg이라는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고 있었습니다. 임신 때를 빼고요.


바지 단추가 '발사'되던 날

당시 제 최우선 순위는 오직 '아들'이었습니다. 비싼 전집과 교구를 사느라 제 옷 살 돈도 없었고, 살찐 몸에 맞는 옷을 고르는 것도 싫었습니다. 임부복을 그대로 입거나, 처녀 시절 바지 단추를 옆으로 옮겨 달아 간신히 꿰어 입고 다녔죠.


그러던 어느 날, 자리에 털썩 앉는 순간 '두둑' 하고 바지 단추가 '발사'되는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살을 빼야겠다는 결심보다 '당장 입고 나갈 바지가 없다'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거의 4년 만에 청바지를 사러 매장에 갔습니다.


"손님, 평소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내가 몇 인치를 입었었는지, 지금은 도대체 몇 인치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거든요. 넉넉하겠지 싶어 집어 든 29인치 청바지 앞에서 또 한 번 좌절했지만, 자존심상 앞자리 '3'이 찍힌 바지는 도저히 입기 싫어서 억지로 29인치를 결제했습니다. 독하게 살을 빼겠다는 다짐과 함께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

그 무렵, 유일하게 챙겨 보던 EBS 〈생방송 60분 부모〉에서 강재헌 선생님(가정의학과 전문의)의 뼈 때리는 조언을 듣게 되었습니다.


"집안일과 육아는 관절을 상하게 하는 '노동'일뿐, 절대 '운동'이 될 수 없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매일 종종거리며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데 왜 살이 안 빠지나 했더니, 그건 운동이 아니었던 겁니다.

서랍 속에서 (3년 전에 아빠가 차고 다니셨는데 조그맣고 귀여워서 제가 달라고 하고는 처박아 둔) 만보기를 꺼내 허리춤에 찼습니다. 충격적 이게도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아들과 놀아주고 집안일을 해도 2,000보를 채우기 힘들었고, 외출을 다녀와도 고작 6,000보에 불과했습니다.


그날부터 '하루 만 보 채우기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요즘 흔한 스텝퍼 같은 실내 운동 기구도 없던 시절, (물론 팔았다고 한들 돈이 아까워 절대 사지 않았겠지만요.) 달리 방법이 없으니 거실 한가운데 서서 발뒤꿈치를 번갈아 들었다 놨다 하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생쇼(?)를 했습니다. 남편은 "그런다고 살이 빠질 것 같진 않은데~"라며 얄밉게 놀렸지만, 제게는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만보기가 9,980보에서 멈춘 날이면, 손으로 만보기를 짤짤 흔들어 기어코 10,000보를 채웠습니다.

어떻게든 나와의 약속만큼은 지키고 싶었으니까요.


그렇게 조금씩 체중계 숫자가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가계부에 강력한 지원군이 등장합니다.


2008년 3월 16일 김소형 다이어트 파우더 140,770원

2008년 5월 26일 김소형 다이어트 파우더 2차 구입 138,750원


생일 선물 명목으로 지른 다이어트 파우더와 만보기의 시너지는 엄청났습니다. 가계부를 보면 6월 26일에 옷을 무려 4벌이나 샀더군요. 살이 쑥쑥 빠져서 입을 옷이 없었던, 행복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날이 왔습니다.


2008년 8월 11일 에스프레소 머신 204,000원


저 스스로에게 내건 조건이 있었습니다.

"체중계 앞자리가 '4'로 바뀌는 날, 벼르고 벼르던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겠다!"

3월부터 8월까지, 딱 6개월 만에 15kg 감량에 성공하며 체중계에 49.9kg이 찍히던 날. 저는 가계부에 20만 4천 원을 당당히 기록하며 저 자신에게 커피 향을 선물했습니다.

첫 다이어트파우더 구입날이 제 생일이라서 치킨도 먹었네요. 참 오묘한 만남이네요ㅋ

18년이 지난 오늘 아침

오늘 아침 제 몸무게는 49.6kg입니다.

TV에서 강재헌 선생님이나 김소형 원장님을 뵐 때면 속으로 꾸벅 절을 합니다. 제게는 15kg이라는 짐을 덜어준 생명의 은인 같은 분들이니까요.

체중.jpg 캐시워크 체중계로 몸무게를 매일 재면 매월 4,500원을 벌어요

지금은 '49.9kg'이라는 마지노선을 정해두고 1kg 안팎의 변동만 허용하며 독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50kg보다는 시각적으로 예쁘니까요.) 가끔 밤에 떡볶이, 라면, 피자처럼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들이 격렬하게 당길 때면, 저는 먼저 체중계에 올라갑니다. 50.5kg 정도면 기분 좋게 먹고, 51kg이 넘어가면 가차 없이 입을 닫습니다.


건강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건, 결국 돈을 버는 것과 같습니다.

병원 갈 일이 줄어들고, 배달 음식과 야식값이 굳으니까요.


다이어트와 가계부는 닮았습니다

"지겹고 힘든 일을, 아주 미련할 정도로 꾸준히 반복해야만 성과가 난다"는 잔인한 진리 말입니다.


돈이든 살이든, 숫자를 통제하는 사람만이 결국 내 삶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제 몸과 가계부로 증명해 냈습니다.


[숫자 통제의 3각 축]

입력(Input) 통제: 밤 9시 이후 51kg 초과 시 입을 닫음 (가계부의 지출 통제와 동일)

활동(Output) 통제: 만보기 10,000보 확인 (가계부의 복기 과정과 동일)

보상(Reward) 체계: 앞자리 '4' 진입 시 에스프레소 머신 구입 (자산 목표 달성 시 셀프 선물과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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