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찾아오는 것이 두려워요

우울의 고통

by 빔히

우울은 나를 꾸준히 괴롭힌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혹시나 티가 날까 봐 걱정하는 내가 안쓰럽다. 우울을 이겨낼 수 있는 무언가가 나타나면 좋겠다.

따져보면 지금은 우울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휴학을 했고, 입원 치료도 받고 나왔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과거처럼 집이 엉망도 아니고, 학교 다니는 게 힘들어서 난리 치던 내 모습도 없다. 시간이 많기에 친구들 만날 시간이 있어 기쁘다. 근데 나는 왜 우울하고 불안을 느끼는 걸까.


물론 이유가 있어야만 우울한 건 아니지만 과거의 문제일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부모님과 언니의 마찰이 있을 때마다 동생과 숨어있다가 나 또한 매번 한소리 들어 고통받던 내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서, 학교에서 내 스스로 상처 내고 도망 다닌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서, 집 안에 있는 거 자체가 답답하던 내가 가출을 해서 성추행 당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은 그냥 푹 쉬거나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라고 얘기한다. 정말 푹 쉬고 있다. 잠도 너무 잘 자고 있고 해보고 싶은 것도 찾는 중이다. 하지만 나의 정신질환은 그대로다. 이런 내가 왜 이리 미울까. 사실 나는 나아질 생각이 없는 건 아니겠지, 그냥 죽고 싶은 거면 어쩌지, 그래서 이렇게 오래 아픈 걸까. 이젠 내 생각까지 의심하게 된다. 도대체 언제까지 날 괴롭힐 생각일까.


이젠 죽고 싶을 만큼 우울이 무섭다. 다들 나에게 그래도 이제까지 잘 이겨내지 않았냐는 말을 하곤 하는데 고통스럽게 이겨내서 썩 좋은 기억이 없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에겐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들 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참 못된 놈이지만 내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요.


벌써 12월이라니, 나의 고통은 그대로라서 2025년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미래가 기다려지지가 않는다.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그래도 사람들은 나에게 삶에 애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발버둥 치는 걸까. 앞으로 어떤 아픔이 더 크게 찾아와 나를 힘들게 할까 걱정이 되지만 이겨냈으면 좋겠다. 정말 내 자신은 자살이라는 끝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


나 혼자는 이겨낼 수 없다. 함께 했기에, 나를 응원해 줬기에,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거다. 행복을 찾아나가는 방법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모든 걸 다 잘 해낼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 괜찮다는 응원 많이 해줄 거다.


나아질 거야, 너무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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