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성장하는 내가 되길 바라
무기력한 날이 대부분인 나는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 학창 시절엔 학교에 잘 가지 않아서 집에 있는 날이 많았고 현재도 휴학상태이기에 딱히 하는 게 없다. 그렇다고 취미생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집에서 핸드폰만 붙잡고 누워있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내 모습이 싫었던 나는 조금씩 산책이라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초등학교 때 줄넘기 부였던 나는 대회만 참가하면 상을 받아오는 그런 애였다. 학교에서는 수업을 빠지면서까지 줄넘기 대회를 준비하라고 했으며 공부가 싫었던 나는 뭐라도 잘하는 게 있어서도 좋았고 그게 참 재밌었다. 그 체력이 어디 갔는지 처음 산책할 때 고작 30분 걷고 힘들었다. 그래도 좋았다. 집에 있는 거보다 훨씬 좋았다.
그것도 잠깐이었다. 사람이 없는 집 주변에서 산책을 주로 하다가 딱히 산책로가 없었던지라 편하게 산책하기 위해 근처 공원으로 갔는데 정말 무서웠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무쓸모 인간이 된 것 같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데 정작 나는 눈치 보다 집에 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과거처럼 걸음걸이가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뛰어오는 사람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고 사람들이 통화를 하거나 대화하는 소리가 굉장히 거슬렸다. 빨리 사람들이 지나가길 바랬고 자꾸 뒤를 돌아보며 신경이 쓰이던 나는 산책을 멈췄었다. 흥미를 잃었고 그러다 보니 또다시 우울에 깊이 빠진 사람이 됐다.
병원 주치의쌤은 사람이 조금 있는 곳에서 산책해 보자고 하셨고 그저 끄덕였다. 겁나서 차마 산책은 못했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자주 만나며 무기력증을 극복하려 했다. 하지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 나는 산책이 하고 싶었고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산책을 하며 제일 힘든 부분은 아는 사람을 만날 까봐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산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쪽팔릴 거 같은 건지 누군가를 마주친다면 몸이 긴장할 거 같았다. 그렇게 겁에 질린 채 나는 산책을 계속 시도했다. 사람들이 계속 신경 쓰였지만 나는 점점 시간을 늘려갔다.
과거에 왜 그렇게 겁을 먹었는지 이젠 1시간은 거뜬히 걷는다. 사회불안장애란 병은 고칠 수 없는 병이라 생각했다. 타고난 불안이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거라 생각했는데 별거 아닌 산책을 겁먹었던 것도 너무 웃겼지만 내가 달라진 것도 뿌듯하다.
앞으로도 천천히 내가 좀이라도 달라질 때까지 시도해보려 한다. 꾸준함이 익숙함으로 만들어줄지 모르는 거니까. 달라지지 않아도 노력한 거에 만족하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남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 어려움일 수 있다 해도 두렵다고 숨어있지 말고 부딪혀 볼 거다. 내가 가진 두려움을 완치까진 안 바라니까 혼자 겁먹지 않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