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고 간 이유

미소천사의 울음

by 빔히

나는 유치원 때 별명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것은 [ 미소천사 ] 였다. 말보다 웃을 때가 더 많았던지라 누굴 만나든 참 잘 웃는다는 소리를 들었던 아이였다. 그런 잘 웃는 아이는 커서도 웃는 게 많아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틀렸다. 웃는 내가 차라리 울었으면 좋겠고 잘 웃는다 라는 단점이 생겨버린 것이다.

자꾸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지 않으려 무표정을 지으려 하면 입이 떨린다. 너무 괴로웠다. 친구들은 그만 웃고 얘기해 달라고 한다. 나의 불편함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어떻게 말해야 이해를 해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도 불안해서 웃는 걸 모르니까.

사람들이 보는 내 표정이 어떨지 두렵기만 하다. 나도 안 웃고 싶은데 웃음이 나오는 걸. 왜 웃기만 하냐는 말이 듣기 제일 싫다. 하지만 그 싫은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한다. 떠오르는 말을 하는 것보다 웃는 게 덜 쪽팔려서 그저 웃어야 했다. 그렇게 습관이 되어버린 나는 그냥 싫은 소리를 흘려보내기로 했다.

처음 봤거나 편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웃는 건 더 심했다. 아직까지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알바 면접을 보러 갔는데 웃기만 하다가 돌아온 적이 있다. 당연히 떨어졌고 자주 있는 일이라서 슬프지도 않았다. 학교에서도 나에게 질문을 하면 웃기만 하는 답답한 나는 내 눈엔 왜 이리 못나 보일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무조건 마스크를 썼다. 입이 떨려도 티가 안 나서 편했고 웃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그래서 그런지 마스크를 쓰는 날엔 스스로가 편하다고 느끼는지 떨림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운 여름엔 많이 답답하기도 했다. 누군갈 만나고 헤어지는 길에 마스크를 내던지는 일이 많았다. 그만큼 답답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상담할 때 슬픈 이야기도 웃으면서 했다. 나도 모르게 불편하면 웃는다. 생각은 참 많은데 결국 내가 하는 말은 웃으면서 '모르겠어요' 이다. 나는 이런 내가 싫다. 나 자신이 우는 모습도 싫지만 웃는 것도 마냥 좋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기엔 불안이 너무 가득 차서.

불안을 느끼는 게 너무 힘들다. 나에게는 왜 별거 아닌 일에도 불안 때문에 일상을 방해하는지 그저 내가 너무 밉다. 장점이 될 수 있는 일을 단점으로 바꾸는 건 아닐까.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지 너무 어렵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의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도 불안한 내가 너무 한심해서.

웃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불안해서 웃는 나를 사랑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이제는 솔직해지고 싶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순 없어도 적어도 미워하고 싶진 않다. 그러기 위해선 솔직해지고 싶다. 내가 웃는 건 지금 잠깐 불안해서 얘기하기가 어려울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렵겠지만 노력해야겠지.

그저 미안해, 말도 못 하고 웃기만 한 내 곁에 있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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