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지 마
나는 중학생이 된 후부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며 돌아다니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멀리 갈 일이 없었는데 중학교 때 근처 지역에 버스를 타고 간 후부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게 됐다. 지금도 사진을 보면 어딘지도 모르겠는 곳에서 교복을 입고 사진 찍은 모습이 많이 보인다.
돌아다니는 것은 좋아했으나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공포심을 느끼면서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내리는 일이 많았다. 물론 중학교 때까진 누굴 만나러 가거나 약속이 아닌 그저 혼자 놀러 가는 일이었어서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내 스스로가 유독 시선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난 포기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힘들면 내려서 스터디카페에 가서 시간 때우며 사람 없는 시간대를 기다렸다. 공부는 열심히 한 적도 없으면서 스터디카페는 참 많이도 갔다. 난 지금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요즘엔 버스를 타며 밖 풍경을 보는 것에 빠졌다.
물론 그때 당시엔 정말 힘들었다. 친구랑 놀다가 시간이 퇴근시간이 겹치면 집에 못 간다는 생각이 커서 불안이 찾아왔다. 그냥 근처에서 쉬다 가도 되는 건데, 어릴 땐 그저 도구부터 찾아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을 해치는 일이 정말 많았다. 나만 사람 많은 곳을 힘들어한다는 생각에 내 스스로를 많이 미워했던 거 같다.
나에게 갑작스러운 불안이 찾아왔지만 나는 대중교통을 포기할 수 없었고 피하지 않은 덕분에 작년까지만 해도 출퇴근 시간은 피했는데 지금은 힘들면 내리자는 마음으로 타보기도 한다. 중간에 내릴 때도 꽤 있었지만 나의 변화가 무엇보다 뿌듯하다. 다른 사람들은 못 알아줘도 내가 알아주면 되니까.
완벽하게는 나아질 수 없다는 사실이 좀 절망스럽긴 하다. 이러다가 갑자기 또 언제 불안이 커질지도 모르는 거고 또 대중교통을 못 타거나 사람 많은 곳을 못 가는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 솔직하게 내가 나아진 건 내 노력보다 그저 병이 나아졌다는 것에 가까워서 또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은 아닐까.
그렇지만 두렵다고 지금의 편안함을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나는 더 나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더 편해질 때까지 난 노력할 거고 이겨내기 위해서 노력할 거다. 나의 목표는 기차 타고 혼자 자주 놀러 다니는 거다. 짧은 시간은 괜찮을지 몰라도 아직은 두렵다. 괜찮다 그래도. 언젠간 해낼 거라고 믿기 때문에.
벌써 즐겁다. 사람 많은 건 무서워도 새로운 공간에 가본다는 거 자체가 즐거워서. 나에게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가는 일이 없기를. 만약 돌아간다 해도 이처럼 또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앞으로 더 나아져서 소원을 이룰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