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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Dec 14. 2022

차가운 겨울 일지, 따스한 겨울 일지

3부 완결 : '그해 겨울은 그랬지', 행복한 기억으로.

자고 일어나면 금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덕에 좋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금이 은행 이자를 먹고 스스로 살을 찌우고 있으니 소위 '존버'하며 기다리는 것이 미덕이려나 싶다가도, 대출도 좀 받아서 과감하게 일을 벌여서 움츠렸던 마음의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싶은 욕망도 한 가득이다. 


사업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아내와도 진지하게 요모조모 따져본 후 결국 시장의 상황을 지켜보며 가능한 최선의 것들을 바로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한스 로슬링의 'Factfullness'에서 언급되었다시피, 아무래도 인간이 가진 '부정 본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 과거를 돌아보며 겪었던 사건들에 대해 좋았던 것보다는 나쁜 것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자의 취지는 세상은 예전보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더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논리를 깨기 위한 근거로서 활용되는 것이다.)


대학교 3학년 시절의 나 자신과 더 어렸지만 명석했던 아내가 지켜봤던 IMF 당시의 경제적 혼란 상황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셨던 부모님들에 대한 기억이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의 부모님들에게 미래의 우리가 조언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사실 답은 간단했었지만 조급함, 욕망, 무엇보다 '나는 다르고 괜찮을 거야'라는 하찮은 오만함이 괜스레 복잡한 계산을 하게 하고 위험한 징검다리를 무턱대고 건너라고 부추긴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했다. 


피곤하면 좋은 질의 내용을 창작하기 힘들다는 핑계로 교재 출판 의뢰를 받으면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었지만 도리어 관계자들에게 먼저 전화를 돌려 일감을 따내고 여러 플랫폼에 강의, 출판 등을 준비하면서 염두에 둔 교육사업과 연계점을 찾아 이제부터 하는 모든 일이 미래의 한곳에 집중되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 


남는 시간을 잘 추슬러 과외도 하나둘씩 집어넣고 있지만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온전히 나의 통제하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큰 불만 중에 하나였던 '대체인력의 부재'는 여전히 어쩔 수 없지만 유명한 배우나 MC들이 그러하듯 이런 일이 가지는 특성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Wavve에서 제작한 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권상우는 어쩌다 퇴사당한 후, 무엇이든 공부를 먼저 하고 책으로 세상을 배우려 한다. 나와 같은 X세대들의 공통점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공감을 하며 몇 회째 틈틈이 이 드라마를 보며 짧지 않은 지난 몇 개월간의 여정을 곱씹어 보게 된다. 

[wavve 오리지널 드라마 / 위기의 X]

쉽게 실행하지 못하고 책이나 강의로 먼저 기본을 쌓고 어느 정도 철저히 확인 후 움직이려 하는 습성은 결국 생각 없이 과감하게 내딛은 한 걸음에 의해 무참히 깨어져 버렸었다. 그저 빨리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무조건 이득은 아니겠지만 신중함과 과감함의 균형을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잘 맞추느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임은 분명한 듯하다.


스스로에 대한 배신감이 들 정도로 자기 자신을 모르고 그저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대로 느적느적 이어온 인생이라며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잠시 멈추어 생각의 갈래를 여러 방향으로 보내보며 스스로에 대해 예전보다 잘 알게 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실마리가 생겼고 덕분에 생긴 여유로움으로 가족과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다른 내가 된 듯 끄적끄적 글 한 줄씩 써보며 작가들의 심정을 헤아려보고 그 와중에 또 다른 작은 자아들을 발견해내고 키워가는 과정 또한 이전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일들이다.

 



마음과 외모는 청년이라 외치면서도 이내 중년임을 부정할 수 없는 요즈음이 되어서 확신을 가지게 된 하나의 사실이 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지금 그렇게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어'와 같은 식상한 말들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며 괴롭고 행복하게 보낸 그 시간들만이 되돌아보았을 때 '그때는 그랬었지'라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고민과 고통들이 단련시켜준 마음의 깊이가 여유와 인내, 그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고 굳게 믿으며 올해 이 겨울 또한 수많은 나의 겨울들이 그러했듯이 행복한 시절로 기억되길. 




                                                                                             - 2022년 따스한 겨울, 고생한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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