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인사발령을 며칠 앞두고 인사팀장에게 어디로 가냐고 넌지시 물었다. 내가 있던 부서가 조직개편으로 공중 분해되어 옮길 게 뻔했다. 인사팀장은 어디라고 말해주지는 못하지만 아주 잘 맞을 거라고 했다. 그 말에 예상되는 두 어개 부서를 찍어놓고 있었다. 실무자 때 같은 부서에 있었기에 서로 어느 정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굳이 어디로 찍지 않아도 알아서 잘했을 거라 믿었는데 나도 참 순진했다. 인사발령이라는 행위야 인사팀에서 한다지만 조직 전체를 설계하고 확정하는 것은 최종 결재권자의 몫임을 아직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다.
처음엔 조금 놀라 전화로 묻고 싶었지만 그냥 두었다. 놀란 이유는 부서장인 나만 일반직이고 팀장과 팀원 모두 특수직렬인 곳이기 때문이다. 업무내용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 온통 전문용어 투성이라 전에 있던 부서장도 녹록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종종 했던 곳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이지만 천년만년 있는 곳도 아니지 않은가?
박중근은『70년대생이 운다』에서 리더에게 당부하는 것 중 한 가지가 “자리를 끝까지 지키려고 몸부림치지 마라. 이 자리는 잠시 임대한 것이다. 임원은 ’ 임시직원‘의 약자.”라고 했다. 임시직원이니 무책임하게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동안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자기의 일을 하라는 뜻이다. 과장급 직위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공무원의 필수 근무기간이 2년이지만 누군가의 느닷없는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이 있거나 조직개편으로 내 부서가 공중분해되면 어디로든 가야 한다. ‘과장 3년 차, 제 아무리 특이한 부서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했다. 나는 ‘임시직원’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는 선에서 최소의 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결연했던 모든 다짐을 출근하면서 집에다 모셔두고, 사무실에 한 발짝 들여놓는 순간 여지없이 ‘꼰대 과장’이 되고ㅇㅑ 마는 현실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