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행시 Jan 19. 2023

다시 원점으로

알지만 잘 안 되는 날들

 매번 브런치 작가지원 프로젝트에 낙방하면서 겸손의 단을 쌓아야 함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궁금하다. 당첨된 이들의 글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 멀었군’이라는 한없는 겸손 모드의 빼어난 문장은 숨을 턱 막히게 하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그렇게 와닿지 않은 글들이 있다.


 물론 나의 시건방과 돼먹지 못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지만 마음을 달랠 겸 가끔 이런 의심을 해본다.    

 

 ‘이런 글을 선정했다니 뭐지? 돈이 되는 글만 써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들로 복잡해지니 말이다. 남들이 하지 못한 경험, 세간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그런 해프닝과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는 성장 이야기들이 브런치가 지향하는 글이었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상업이기 때문에.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출판사도 먹고살고 광고업계도 먹고 사니까. 돈이 중요한 시대, 자본주의 세계에 조금이라도 잘 팔리는 책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과업이지 않겠나. 패배한 자의 비루한 변명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너는 가만히 앉아서 그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당연히 없다. 그렇다면 그렇게 상업성으로 치닫는 브런치를 그만 두지, 왜 계속하냐고.     


 왜 그럴까? 그것은, 그럼에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비평이든 비난이든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솔직한 심경을 어딘가에 뱉어 놓지 않으면  마음이 썩어 문드러질지도 모른다.      


 그럼 또 묻겠지. 쓰기를 계속해야 한다면 일기를 쓰거나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는데 프로젝트에 낙심하고, 다시 비난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쓰는 것은 또 뭐냐고?


 그건 돈도 안 되고 누가 정기적으로 구독해 주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자유, 그리고 다른 이의 삶을 통해 내게 다가오는 또 다른 울림들을 느끼고 싶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감정을 가졌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우습겠지만 나는 이미 브런치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빠졌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쓰고 지속적으로 읽고 해야 한다는 것, 쓰고 싶다는 욕망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그런 마음들을 다잡아 주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을 브런치를 통해 느껴본다. 글쓰기의 최고 기량은 ‘다작(多作)’이라고 한다.      


 요 며칠 나는 브런치에 한 줄도 올리지 못했다. 나에게 쓸 만한 이벤트가 없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뭘 쓰기에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백가지나 늘어놓았다.


  진실을 파헤치는 도사가 나를 봤다면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가르치며 이렇게 말했을 거다.     


 “자존심과 게으름을 구분할 줄 모르고 오로지 핑계와 변명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탕진하고 있는 자, 그대 이름은 ○○○”

작가의 이전글 장혀~ 우리 아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