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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아침부터 아이스크림을 먹는 어른의 삶이란

그늘_신사동

by 지원

어제부터 그늘이라는 카페에 갈 생각에 들떠 잠에 들었다. 그제는 분명 잠이 안 오고 해가 뜰 때까지 눈을 뜨고 있다가 겨우 잠에 들었는데 오늘은 꿈도 안 꾸고 푹 자고 아침에는 8시에 일어났다. 요즘 알람도 안 맞춰두고 생활을 하는 중인데 못 일어날까 봐 걱정하며 잠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늘은 8시에 오픈을 한다 그래서 8시에 눈이 떠진걸가? 내가 그렇게 시간 감각이 발달되어 있는 인간이었던가 얼른 씻고 짐을 챙겨 나왔다. 오늘은 간단하게 챙기고 싶어 가방을 챙기지 않았다. 10분 거리의 카페를 가는데 산뜻한 마음으로 즐기고 싶었다.


오늘의 준비물은 이슬아 작가의 창작과 농담 책 한 권, 오래된 디지털카메라, 글을 쓸 수 있는 태블릿과 휴대폰. 사실 카드 한 장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만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줄이고 줄인 것이 이것들이다. 오랜 옛날부터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게 습관이다. 어렸을 땐 애착 인형보단 가방이 있을 정도였는데, 아직도 기억난다 늘 나와 함께 해주었던 토끼 가방 이제는 가볍게 다니고 싶어 짐을 줄이는 삶을 지향한다.


그늘이라는 카페에서 먹고 싶었던 메뉴는 방앗간 라테 언제나 그렇듯 내가 앉을자리부터 스캔하고 짐을 내려놓은 뒤 메뉴를 주문한다. 진득하고 달콤한 방앗간의 미숫가루 위에 쫀득한 찰보리가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을 올려주는 라테인데 시원해서 이런 무더운 여름에 적합하다.


아침부터 생리가 터져서 그런가 자극적인 것들이 마구 먹고 싶다. 아이스크림이 요즘 느끼는 도파민 중 하나인데 아침부터 동네의 평화로운 카페에서 떠먹으니 극강의 조합이 아닌가 여유로운 휴식이 주는 편안한 느낌과 함께하니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나에게 내뱉는 모든 아픔들이 모조리 사라지는 순간이랄까. 내가 가장 내편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너무 어렵다.


말보단 행동으로 오늘은 방앗간 라테를 먹어주기로

어른이 되어 좋은 점 중 하나가 아침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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