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아니 잠이 깼다기보다는 밤새 춥고 불편한 침대에서 누워만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문 앞에 놓고 간 아침을 챙겨 방으로 들어와 아침을 먹는다.
낯설고 춥고 좁은 방, 그래도 바로 옆방에 남편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가끔 영상통화도 하고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는 남편이 부러워 툴툴 거리기도 하고 그냥 가끔 시답잖은 농담과 위로를 주고받는다.
하루 세 번 식사를 문 앞에 놓고 문을 두드리면 우리는 문을 열고 식사를 가져온다. 쓰레기는 다시 밖에 내놓고, 틈틈이 방역관리자들이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와서는 문 앞에서 코로나 검사를 한다거나,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져간다. 서로 말을 못 알아들으니 각자의 휴대폰에 있는 번역기를 돌려가며 어수선한 소통을 한다. 별로 입에는 안 맞지만 중국 음식들이 새롭고 창문 밖의 중국의 풍경이 보이니 나름대로 여행 온 기분으로 하루 이틀을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8살 아이와 한방에서 종일 지내는 건 정말이지 뭐.. 말 안 해도 알겠지?
냉장고는 없다. 상온의 탄산음료라니..
공항에서 여기까지 오는 그 일정은 내 인생 두 번은 못한다고 다짐하고 여기서의 여독을 풀자마자 3일이 지났다. 이곳에서 한번의 코로나 검사를 더 하고 다른 도시 호텔로 이동을 한다.
상해 3일 + 우시 호텔 14일 + 우시 호텔 11일의 스케줄이다.
가방은 다시 식기세척기 속에서 샤워를 하고 버스에 실렸고, 제공되는 장갑과 마스크를 쓰고 아이와도 분리되어 좌석이 지정된 버스를 타고 또다시 이동을 했다.
바로 호텔로 가는 줄 알았더니 여긴 또 어디야... 쿤밍에 있는 체육관으로 또 다 때려 넣어 놓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1시간? 2시간? 나는 택배 물류센터에 던져진 택배 같은 기분이었다. 이동할 도시로 분리되어 버스표를 받아 택배기사가 나를 데려가기를 지루하게 기다렸다. 아이의 지루함을 달래주기에는 나의 영혼도 바닥난 상태였지만 사실 8살 아이가 겪기에는 힘든 일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인내심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다.
드디어 택배기사가 잔뜩 소독된 택배들을, 아니 사람들을 데려간다고 한다. 이번에 가게 될 숙소는 최소한 좀 전에 있던 곳보다는 낫겠지. 설마 더한 곳이 있겠어라는 기대감을 일단은 가져본다. 희망을 갖는 건 나쁜 건 아니니까.. 가는 두어 시간 동안만이라도 기대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