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중에는 실내복만 입고 있으니 옷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빨래는 해야 했다. 특히 이 침대에서 하루 자고 나면 왠지 살아있는 뭔가가 옷에 붙어있을 것만 같았다.
빨래는 빨랫비누로 직접 했고 방안엔 빨랫줄을 걸어놨다. 고무장갑이나 위생장갑을 안 가져온 탓에 매번 맨손으로 빨래를 하다 보니 내 인생 처음 한포진에 걸렸다. 손가락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한국에서 다니던 피부과에 문의를 했고 약보다도 신체적 정신적 휴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하하 선생님, 나도 그러고 싶어요!
내 마음만큼 심난한 방
14일을 지내는 동안, 이곳에서의 코로나 검사는 모두 3번 진행되었다. 예정된 날에 방문을 두드리면 문을 열고 코나 입을 쑤셔서 가져간다. 오갈 데가 없는 방인데도 아이는 기여코 숨을 곳을 찾아 숨어있다가 징징대며 기어 나왔다.
그리고 이동 전날은 음성 확인을 위해 마지막 코로나 검사를 하는데...
내가 너무 황당해 푸하하하 대차게 웃었더니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복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웃어?'
이동 전 검사는 코와 입을 한 번씩 총 두 번을 찌른 후, 또다시 코와 입을 한 번씩 찌른다. 총 4번을 찌르는 셈이다. 두 군데의 기관에 보내서 음성이 나와야 이동이 가능하단다. 코와 입 했는데 또 한다고?? 하며 어이가 없어 빵 터져 웃는 나를 보고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왔던 아이는 4번의 검사를 한다고 하니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예외는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이는 살살해주세요 하고 말해주는 것뿐.
그래도 꾸역꾸역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시간이 가기는 가더라. 그렇게 14일이 지나고 다른 격리 시설로 이동하기 전에 관리자를 통해 지침이 왔는데 침대 시트와 베개커버, 사용한 타월과 방안에 있는 쓰레기를 직접 다 정리해서 담아놓고 기다리란다.
이런 곳에 나를 가둬 놓은 것도 모자라 침대 시트까지 나한테 벗겨 정리하라고!! 저 침대 시트 아래 마음의 눈으로 보면 보일 것 같은 우글우글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막 간질거렸거든. 하지만 애써 모르는 척해왔는데 그걸 껍데기까지 벗겨 직접 확인해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