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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여기는 중국 소주

D-11 남은 격리는 이곳에서

by 유니스K

우시의 신허 호텔은 회사와 제휴가 되어 한식이 제공된다. 침대도 두 개이고 방이 조금 더 넓었다. 화장실도 수납장도 이전보다는 나아 보였다.

보름 만에 만나는 한식, 깨끗하게 해치웠다.

약간의 희망이 보인다.

지옥에서 감옥으로 승진했다

잘 지내보자.

홈트도 잊지 말고, 내가 힘들어서 놓았던 아이의 공부도 꼬박꼬박 챙겨주기.


매일 아침 커튼을 열면 햇살이 비쳤다. 창 밖에는 에펠탑이 멀리 보일 것만 같았다. 물론 현실은 암울했지만 매일 아침 유튜브로 피아노 음악을 틀어놓고 마음을 가볍게 다.


현실은 공사장이지만 에펠탑을 상상해보자

남편의 회사에서 구호물품도 보내주는데 과일, 컵라면, 물 생활용품, 그리고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무려 한국 과자들을 잔뜩 문 앞에 보내주었다. 매일 작은 공간 안에서 24시간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이런 이벤트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즐거움이 되었다.


아! 크리스마스!

그렇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도 격리 중이었다. 캐럴을 들으며 아이와 색종이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었다. 나쁘지 않다고 좋아하며 지금은 케이크 하나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지만 나가자마자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겠다고 다짐했다.


크리스마스에도 격리 중, 아이와 창을 장식했다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는 백개를 넘은 지 오래였다. 눈앞에서 스타벅스 커피가 아른거렸고 찐득한 초콜릿 케이크 한조각도 있다면 영혼도 줄 기세였지.


그리고 어느 날 신허 호텔 격리 음식의 꽃이라는 삼계탕이 제공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음식을 먹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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