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와 하고 싶은 것들이 꿈에 나올 정도로 해제를 기다려왔고 그날이 멀지 않았다.
그런데, 특식이라며 열심히 삼계탕을 먹었던 그날 밤 복통이 시작되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도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가 함께 먹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3~4일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하며 코로나 덩어리 취급을 받으며 갇혀 있는 이 상황에 아프기까지 한 것은 내가 생각한 격리 중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한국에서 가져온 약을 먹어도 증세는 악화되기만 했다. 누룽지나 끓인 밥만 조금씩 먹으며 거의 단식에 가까운 생활을 3일째 하던 아이와 나는 격리 해제날에는 거의 초주검 상태가 되었다. 기운도 없고 이제 더 나올 것도 없지만 물만 먹어도 물 설사가 끝나지 않았다. 이대로 나가서 또 짐을 싣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를 단체로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는 게 가능할까 두려웠다.
최대한 이동할 때 문제가 안 생기게 하려고 아침 일찍 지사제를 먹었다. 잠깐의 짬에 회사 동료분의 도움으로 병원도 다녀오고 이동 중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아이에게 최대한 참으라고 응원을 하며 우여곡절 끝에 앞으로 살 집에 도착했다.
소주에서 살게 될 첫 집에서 바라본 풍경
한국에서 보낸 이삿짐은 아직 두어 달은 있어야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가지고 온 캐리어와 이 집의 집주인에게 사용하겠다고 미리 이야기 한 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만 있었다. 지인에게 구매해달라고 부탁해 놓았던 싸구려 접이식 매트리스 세 개와 중개 부동산이 빌려준 베개와 이불 몇 개를 주섬주섬 거실에 펴고 지친 몸을 뉘었다.
멀리 보이는 진지후와 구름의 뷰는 끝내주게 좋았지만 며칠 동안 굶고 설사만 했던지라 당장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