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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여기는 중국 소주

도시가 닫혔다

by 유니스K

한국에서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졌다. 2주 간의 긴 춘절 연휴를 끝내고 등교와 출근 준비로 분주한 아침. 일어나 보니 이미 학교 단체 연락방이 난리가 나 있었다.


오늘 0시를 기점으로 아파트 단지는 봉쇄되었다. 소주 내 모든 학교는 등교 중지 조치가 내려졌고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도 회사와 연락을 하느라 분주했다.. 지난주 소주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명으로 끝나길 바랬지만 그 주변인들로 확진자가 퍼지며 상황이 심각해졌다. 결국 우리는 말로만 듣던 봉쇄를 경험하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의 전 주민은 단지 내 준비된 검사장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새벽 6시 반부터 시작하는 검사에 서둘러 아이를 깨워 다 같이 줄을 섰다. 춥고 배고프고 두려웠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길고양이나 같은 학교 친구를 마주쳐서 즐거운 것도 잠시, 추운 겨울 2시간 반을 서서 기다리는 건 8살 아이에게는 든 일이었다.

아파트 정문까지 늘어선 검사줄

검사를 하고 나면 검사 확인증을 주는데 이 종이가 있어야 아파트 단지를 나갈 수 있다. 사람들은 물과 쌀, 비상식량을 사느라 종일 불안하면서도 분주했다. 몇 개월 전 시안에서 한 달 넘는 봉쇄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음식은 물론이고 생리대, 휴지, 로션 같은 생필품도 필요했다.

이 와중에 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국제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겨우 2주, 언어도 학습 방식도 익숙하지 않은 아이와 나는 왕좌왕하며 어찌어찌 수업을 마쳤지만 수업 중에 하는 과제며 숙제며 정신 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선생님들이고 학생들이고 온라인 수업 중간중간 코로나 검사를 하러 나갔다가 들어오니 더욱 산만하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외출이 어려우니 대부분 배달을 통해 음식이나 물건을 주문했는데 배달원들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올 수 없어 정문 밖에 물건들이 쌓였다. 그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생겼다.


정문 앞에 쌓인 배달 물건들. 검사 받은 표가 있어야 찾아올 수 있다.

검사와 통제로 종일 불안하던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채팅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방에 간혹 수캉마가 '황마'로 변하는 경우가 있으니 확인을 해보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국에는 苏康码 (수캉마)라고 부르는 건강코드가 휴대폰에 개별적으로 부여된다. 상가, 병원, 쇼핑몰 등의 입구에서 이 수캉마를 확인하고 입장을 한다. 녹색 수캉마를 가진 사람만이 입장이 가능하며, 황색이나 적색으로 변한 황마이거나 적마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行程卡 (싱청카), 행적마 라고도 불리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말 그대로 휴대폰 기지국을 조회해 나의 행적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표시이다. 이 역시 녹색이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녹색일 거라 생각했던 나의 수캉마 황색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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