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쿵, 하더니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차가워졌다. 심장이 조이는 느낌과 함께 앉아 있는데도 아찔하고 쓰러질 것 같으며 공포감이 몰려왔다. 호흡이 잘 안 될 것 같아서 티 나지 않게 심호흡을 했다. 나는 지금 아이와 아이의 친구들, 그리고 그 엄마들과 중국 소주의 어느 시골로 여행을 왔고, 막 자려고 침대에 앉아 아이의 잠자리를 봐주고 있던 참이었다.
약 1년 전,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기 시작할 즈음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시작되었다. 잠을 자다가 심장이 두근거려 벌떡 일어난 후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크게 숨을 내쉬어도 잘 숨이 쉬어지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 그냥 뭔가 스트레스이겠거니 했지만 생활에 불편이 생길 정도가 되자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내과.
위염이거나 역류성 식도염, 흔하디 흔한 그 정도의 질병이길 바랬다. 역시 특별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단지 위장기능 저하라며 약을 처방받아 왔다. 하지만 가슴이나 심장에 대한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다음에는 심장내과.
피검사와 심장초음파, 가슴에 부정맥 검사를 하는 기구를 달고 24시간 후 결과를 분석했다. 심장 역시 큰 문제는 없었다. 위장 기능의 문제라며 또다시 약을 한 움큼 처방해줬다.
원래 다니던 내과에 돌아가 상황을 설명했더니 의사는 이번에는 위장염 약과 함께 신경안정제를 함께 처방해주었다. “신경 쓰고 너무 예민해서 그래. 별거 아닌 거에도 불안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 증상이 나아지면 약 그만 먹으면 돼~."
신경 안정제라니. 충격도 이런 충격이 없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격한 감정 기복에 숨이 잘 안 쉬어지거나 미칠 것 같을 때 안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어 손에 약을 털어놓다가 꼭 떨어트리고는 다시 힘겹게 주워서 입에 겨우겨우 욱여넣고는 그제야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이제 살았다 하는 표정을 지을 때 먹는 그 신경 안정제?
처음에는 약을 받아오고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신경 안정제만 빼고 약을 먹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고 결심을 했다. 이제는 신경정신과를 가보자.
동네 정신과 전화번호를 찾아놓고도 전화를 걸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내일은 전화해봐야지, 내일은, 내일은 하다가 몇 주가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다. 초진은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한 달이라니 난 그사이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일단 한 달 후의 초진 예약을 잡아놓고 심리상담 센터를 찾기 시작했다. 당장 어디든 가서 이 불안한 마음을 털어놔야 할 것 같고 누구라도 나보다는 전문적인 사람이 나의 증상을 정의해주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