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용피아니스트 콘서트에 다녀왔어
어제 오전, 너에게 편지를 쓰던 시간만해도 늦가을의 날씨로 이렇게 춥지 않았는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겨울로 훈련생활이 힘들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구나.
날씨만 추워진 것이 아니라 완연한 겨울이라고 쐐기를 박는 듯한 함박눈까지 내렸으니 다시 가을로 되돌아가지는 않겠지?
하기야 요즘은 날씨도 변덕스러워서 다시 늦가을이 올 수도 있겠다. ㅋㅋㅋ
오늘 오전에는 아트센터에 갔었어.
신창용의 뮤직라운지라는 프로그램인데 올해 마지막 콘서트였어.
교회 집사님 두 분과 콘서트홀 아래에 있는 아트카페에서 공연 한 시간 전에 만나서 커피를 마셨지. 따뜻한 공연장안에서 안단테나 아다지오 곡을 들을 때 자칫 졸 수도 있으니까, 카페인으로 각성한거야. ㅋㅋ
9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진행된 콘서트였는데도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런데 연주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피아노 소나타나 피아노 협주곡 각 악장 사이에 잠깐 숨 고르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 알겠더라.
그리고 대부분 2악장이 느린 곡으로 연주되는 이유도 알 거 같구.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편안하고 차분한 에너지로 충전하여 다음 악장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되지 않니?
엄마는 그동안 클래식 곡의 마지막 부분은 웅장하게 끝나는 것이 좋았는데, 오늘 그 생각이 깨졌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 2악장 아다지오 마지막 부분이 피아니시모와 같은 여리기로 정말 작게 끝났는데 연주자가 건반에서 손을 천천히 떼면서 그 여운을 길게 가지고 가는 그 순간의 몰입이 정말 좋았어.
그 여운을 연주자와 함께 느낀 후에 박수를 치는 청중들의 모습도 멋있어구.
너는 '모리스 라벨'이라는 작곡가를 들어본적이 있니?
부끄럽지만 엄마는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였어. 라벨의 곡중에서 '밤의 가스파르'는 어려워서 쉽게 연주하는 곡이 아니라고 하더라.
내가 직접 연주한 것도 아닌데, 그저 듣기만 했는데도 숨가쁘더라.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중 세 번째 곡인 '스카르보'를 감상할 때, 도입부터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피아노의 가장 저음부를 빠르게 두드리다가 불협화음의 화성을 크게 칠 때, 악마가 곧 등장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했지.
공포 영화에서 무서운 것이 나오기 전에 배경음악을 깔아주잖니? 피아노의 저음부 연주를 하면서 페달을 길게 밟으면 극도로 무서워질 거 같더라.
연주회가 끝나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눈이 내리는 거야. 바람도 같이 불어서 결코 우아하게 걸을 수 없었는데 아트포레상가 골목에 내리는 눈은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것 처럼 환상적이더라. 그래서 영상을 찍었어.
한 번 감상해봐~
어제 쓴 엄마 편지가 도착했을까? 편지를 빠른 등기로 보내기는 처음이다. 혹시 중간에 분실될까봐 ㅋㅋㅋ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네가 읽어볼 수 있다고 했는데.
편지를 받으면서 기분 좋았으면 좋겠네
또 연락할게
2024년 11월 27일 클래식이 좋아지고 있는 요즘,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