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했다. 사람들 삶의 마지막 중에 약 1/4 정도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다가 3~4일 정도 아프고 자연사한다고. 누구나 이런 죽음을 바랄거라고.
올해 2월, 아빠가 돌아가셨다. 사무치는 슬픔, 아리도록 아픈 슬픔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아빠가 오래도록 병상에 누워계시지 않았다는 것을. 중환자실에서 만 3일을 지내다 천국에 가셨다는 것을.
우리 가족은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는 것 때문에 힘들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아빠는 누구나 소망하는 마지막을 사셨다는 것을. 그래서 감사하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며 일상생활 할 수 있었다는 것, 온전한 정신으로 가족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아빠와 함께 지내던 집에서 혼자 있게 되실 엄마가 많이 걱정되었지만 누구보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셔서 감사하다. 기력을 빠르게 회복하시고 일상을 활기차게 보내려고 애쓰는 엄마한테 감사한 마음이 크다.
아빠는 지금 이 땅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리움'과 '감사'의 감정속에 늘 머물러 계신다. 그러면서 엄마와 우리 삼남매에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신다.
큰 아들이 지난 11월에 입대를 했다.
그저 5주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치기만을 바랐다. 함께 훈련하는 훈련병 모두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두 주가 지난 후, 아들과의 통화에서 뜻밖의 기쁜 소식을 들었다. 사격 훈련에서 20발 중 19발을 성공했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들은 흥분했다. 그런 능력이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시댁에도, 친정에도 전화해서 이 소식을 빠르게 퍼 날랐다.
더욱이 놀라운 뉴스는 5주 훈련이 거의 끝날 즈음에 듣게 됐다. 주말에 전화한 아들은 수료식 때 외박이 가능하니, 하룻 밤 지낼 수 있는 숙소를 예약해달라는 부탁을 흥분된 어조로 전했다. 어떻게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지 물었다. 최정예훈련병으로 선정되어 1박의 특혜를 받을 수 있었단다.
그저 건강하고 안전하게 훈련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바랬는데 예상치도 못한 최정예훈련병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수료식 날 최정예훈련병의 가족들은 단상에 앉아서 수료식을 지켜보았다.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다. 평생에 한 번 뿐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큰 아들에게 감사하다.
올해 자율휴직을 계기로 비교적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하다. '작가'라는 말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는 메세지를 받고 '작가'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벅차오름을 경험했다. 지난 9월부터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발행했고 발행된 글 몇 편을 묶어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초보수준이지만, 꾸준히 글을 발행함으로써 성장하고픈 마음 가득하다.
두 아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군대간 큰 아들과는 특별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글로 남겼고 고등학생인 작은 아들과는 책이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 큰 아이들이 엄마와의 대화를 주저하지 않고 진지하게 응해준 것에 감사하다.
나의 블로그나 브런치스토리에 발행된 글을 읽고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댓글로 응원해주신 분들도 많았다. 부족하지만 나의 글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내주신 분들 덕분에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다. 특히 나의 모든 글에 공감을 해준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3시간 정도 후면 새해가 시작된다. 새해 첫 날, 신년예배를 드린다. 불안과 절망가운데서도 희망의 정신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강한 '우리'를 향한 뜨거운 날개짓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이 회복되기를 기도할 것이다. 그리고 예배 후에는 고등학생인 아들과 책을 읽기로 했다.
2025년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좋은 해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