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여 Jan 04. 2022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다!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의 속살을 찾아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주로 떠오르는 단어로 ‘감사’와 ‘나눔’ 그리고 ‘반성’과 ‘새로운 계획’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유독 올해를 접는 마당에서는 ‘공감’의 의미가 우리 가슴을 파고들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로 인한 대면의 단절이라는 충격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과 장소, 풍경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위로를 받았기에 공감 능력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또한 요즘 방송에 나오는 우리 사회의 면면을 보면서 공감 능력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 것도 한몫을 한 듯하다. 사람들마다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그 삶을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인식할 때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곧 ‘위드 코로나’시대가 열린다고 하는데 이때 공감하려는 노력과 공감을 통해 갖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위드 코로나’는 ‘원더풀 코로나’가 될 수 있으리라. 그 바람이 현실이 된 곳, 공감이 만든 도시 속으로 들어가 보자.     


현대판 초원의 집, Amish Village

Amish(아미시)는 유럽의 군국주의와 종교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그 당시 자신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종교 공동체이다. 이들은 다른 종교 공동체와 많이 다른데 첫 번째는 현대 문명의 상징인 전기와 컴퓨터, 자동차, 의료시설과 보험 가입 등을 거부하며 가스와 두 마리의 말이 이끄는 Buggy(바기)라는 마차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BMW족(Bus Metro Walking)이라 약간의 동질감을 갖기도 했지만 스마트폰에게만큼은 스마트하지 못하게 잡혀 사는지라 의아함과 동시에 존경심이 느껴졌다.   만약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치료 연구소를 여기에 세우면 제2의 유학 붐이 일지 않을까 싶은 엉뚱한 생각도 해봤다.

두 번째로는 가구당 평균 일곱 명 이상의 아이를 낳는데 국가의 공교육을 거부하고 공동체에서 자체 교육을 실시한다. 즉, 한 교실에서 1학년부터 8학년까지 함께 공부하면서 삶에 필요한 농사와 목축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이때의 교육도 선행이나 경쟁이 아닌 서로 도와주는 교육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언젠가 방송에서 들은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 혹은 “지하철 2호선을 타자!”는 어느 고등학교 급훈이 떠오른 건 경쟁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에게 갖는 미안함의 표현이리라. 마지막으로 모든 청년들에게 외부 세계를 경험하게 해보고, 원하면 Amish 공동체를 떠날 수 있는 자율선택권을 준다는 것인데 놀라운 것은 90%가 Amish 공동체에 남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경우, ‘헬 조선’을 외치며 떠나고 싶어 하는 비율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씁쓸한 통계자료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더해 가구당 일곱 명의 자녀라니 저출산 고민에 빠진 우리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부러움과 아쉬움이 뒤섞였다.

우리는 직접 그들의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The Amish Village Tour>를 신청하고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Buggy에 올라탔다. 우리를 태우고 Buggy를 끌며 설명해 주는 분은 수염이 하얀 Amish 할아버지. 결혼한 남자들은 수염을 자르지 않는다고 하더니 이 할아버지도 수염이 무척 길었다.

Buggy를 타고 가다가 보는 풍경은 마치 어릴 때 보았던 TV 드라마 <초원의 집> 촬영장이었다. 부모의 눈을 피해 멀리 못 가도록 부모들이 만들어 준 무동력 스쿠터를 한발로 타면서 이동하는 젊은이들의 표정, 모자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와 하얀 머리 수건과 블라우스가 달린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은 여자들로 구성된 가족들이 마차를 타고 가면서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너무 순박하고 밝아서 바라보는 나마저도 행복지수가 쑥 올라간 느낌이었다.

농장에서 만난 꼬마 아가씨는 자신이 직접 짠 우유로 만든 아미시 브라우니를 팔고 있었는데 사서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어릴 때부터 노동의 가치를 익히는 소녀의 모습에서 요즘 매스컴에 오르는 신캥거루족이 겹쳐 보였다.

농장에서 키우는 말과 소들에게 건초 먹이는 체험을 하고 나서 뒤를 보니 세탁기 없이 손빨래로 한 빨래들이 푸른 초원 위를 날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 건 기계문명에 찌든 우리에겐 그들의 삶이 오히려 사치처럼 느껴진 건 아닐까 싶었다.

또한 Amish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어서 사진을 찍거나 찍히는 것을 거부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린 아쉽게도 그들의 뒷모습만 찍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뒷모습이 우리에게 말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수치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자신들은 21세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소신을 갖고 자신들이 지켜온 18세기 공동체를 영위하는 것이라고. 마치 오래전에 읽은 <오래 된 미래>가 전하는 진정한 미래는 오래된 지혜 속에 있다는 라다크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Amish 공동체만의 메시지. 이 둘의 메시지를 곱씹다 보니 우리들 앞에 놓인 비인간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지를 받은 듯했다. 그런데 그 해답지를 온전히 기쁜 마음만으로 받을 수 없는 현실적 괴리감에 조금은 서글픈 시간이었다.    


초콜릿으로 이루어진 도시, Hershey

미국 초콜릿의 아버지인 Milton Hershey가 만든 Hershey Chocolate 회사가 있는 Hershey라는 도시. 가로등도 Kisses 초콜릿 모양이고 도로 이름도 Cocoa Ave처럼 초콜릿 이름으로 이루어진 도시, Hershey.

이 도시에는 초콜릿보다 훨씬 더 달콤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름 아닌 Milton Hershey가 자수성가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Hershey를 개인적 이익이 아닌 직원들과 지역 주민 그리고 소외 계층을 위해 기부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놀이공원까지 갖추고 있어 매년 4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기에 지역 경제에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는 HERSHEY'S CHOCOLATE WORLD와 전액 장학금으로 운영되는 Hershey School, 그리고 Hershey Town이 아직도 아름다운 동화 속 이야기처럼 존재하는 그곳을 우리는 Amish 마을에 가기 전에 들렀다.

제일 먼저 우리는 15분간 투어용 궤도차를 타고 가면서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봤는데 너무나도 아기자기해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이 봐도 재미있었다.

보면서 입안에 군침이 가득 고이게 만드는 마케팅 효과 만점인 HERSHEY‘S CHOCOLATE TOUR. 마지막에는 종류별로 오늘의 생산량이 나오는데 보는 순간에 입이 쩍 벌어진다. 1등은 Kisses로 무려 14,125,726개이고 Hershey는 50,267개로 2등을 차지한다. 계속 놀라며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펼쳐진 세계는 우리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정말 초콜릿 마트가 아닌 초콜릿 월드였다. 대형 초콜릿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의류, 모자, 가방, 장난감, 음식재료, 그릇 등등-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호객행위를 해대는 통에 초콜릿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어른과 아이 모두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뿌듯한 표정으로 나서게 하는 초콜릿 왕국인 허쉬 월드. 견물생심이라고 눈으로 보니 왜 이리 맛있어 보이는 게 많은 지 살찌는 고민은 뒤로 한 채 이것저것 사가지고 나오니 밖에는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다양한 초콜릿 캐릭터들이 익살맞은 표정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린 답례하듯 초콜릿 먹을 때의 행복함을 상상하며 스마일 표정으로 함께 사진을 찍어 주는 예의 바른 관광객 모드로 전환. 사진을 찍다 보니 우리 세대에게 초콜릿 문화를 접하게 해 준 것도, 내가 초콜릿 사랑에 빠지게 된 것도 모두 Hershey란 생각이 들자 마치 첫사랑과 재회하듯 너무도 반가웠다. HERSHEY'S CHOCOLATE WORLD에서 만난 두 가지. 하나는 초콜릿이라는 만나면 벗어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의 세계. 또 하나는 초콜릿보다 더 달콤하고 귀한 것을 남겨준 Milton Hershey를 슈거 대디(Sugar Daddy)라 부르며 만인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멋진 기업가를 가진 부러운 도시, Hershey Town. 달콤함과의 공감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공감을 현실 세계에서 이룩한 기업가를 우리 주변에서는 왜 이리 찾기 어려운지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대구로 요리한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 Fish&Chips

요즘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대세는 말할 것도 없이 ‘먹방’이다. 오죽하면 남자 백주부도 탄생하고 아이들의 꿈도 옛날 주방장이 아닌 ‘셰프’라는 것이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미국 동부를 여행하면서 우리도 입까지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는데 의기투합해서 선택한 곳이 바로 Fish&Chips(피시앤칩스)로 유명한 Massachusetts 주의 Cape Cod(케이프 코드).

Cape Cod는 모양이 활모양으로 된 만(灣)으로 대구가 많이 잡혀서 명칭이 Cape Cod가 되었다고 한다. 마크 쿨란스키가 쓴 <대구>란 책을 읽어 보며 놀란 것 중 하나가 대구가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꾸며 이 세상을 천 년 동안 지배했다는 드라마 같은 역사적 사실이다. 이 책에서 그는 대구의 서식 경로가 신대륙 발견의 경로였고, 대구가 역사상 유럽인의 주요 식량이자 부를 쌓는 수단이 되었으며, 노예무역에도 영향을 끼쳐 국가들 사이에서 어획을 둘러싼 갈등과 경쟁을 부추기며 전쟁까지 유발해 미국엔 독립혁명의 불씨로, 영국은 대구 무역제한으로 작용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대구란 생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에 대구를 둘러싼 탐험과 탐욕의 역사가 펼쳐졌지만 어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은 더 많은 대구를 잡았고, 막대한 어획량은 대구 씨를 말려서 대구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결과를 낳았다. 이는 조기가 명품 생선이 되고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했던 명태와 동태가 이제 거의 수입품이란 사실을 떠올리면 대구를 둘러싼 인간들의 탐욕의 역사를 통해 인류만이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인식하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대구가 만들어 낸 천 년의 드라마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유럽이나 미국 레스토랑에 가면 간단한 요기나 맥주 안주로 친근한 ‘Fish&Chips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에도 Fish&Chips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어 먹어 봤는데 그 때 그 맛이 아닌 건 기분 탓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 때 그 맛이 그리운 건 사실이다.

우선 Fish&Chips를 만나기 전에 우리는 아름다운 바다와 정글 같은 숲이 L자 모양의 만을 이룬 Cape Cod National Seashore를 찾아갔다.

호수 옆 수풀과 함께 보이는 귀여운 연못들이 눈을 사로잡는 Nauset Marsh Trail, Boardwalk를 걷다 보면 순천만 같은 습지 호수에서 카약을 타는 모습도 보게 되고 정글 숲이라 타잔 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일 듯한 Fort Hill Trail과 Red Maple Swamp, 술래잡기를 하며 동심으로 돌아갔던 Pilgrim Spring Trail까지 걸으며 마치 영화 정글북의 ‘모글리’와 ‘발루’가 되어 한바탕 논 기분이었다.

Nauset Light Beach에서 본 활모양의 곡선미를 지닌 만(灣)의 자태는 보는 순간 “와우”를 연발할 정도로 너무나 깨끗하고 단아한 비치였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여독이 스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배꼽시계는 냉정한 법인지라 어김없이 저녁시간을 알리고. 우린 비치 옆 테라스가 예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1순위인 Fish&Chips와 맥주를 주문했다. 잠시 후 나온 Fish&Chips는 싱싱한 대구여서인지 튀긴 요리인데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시원한 맥주와는 찰떡궁합이었다. 우리 주변의 관광객들 테이블에도 당당하게 자리 잡고 앉은 Fish&Chips를 보니 만약 이곳에서 먹방을 찍는다면 단연 주인공은 Fish&Chips가 되리라.

석양에 물든 바다가 동양에서 온 우리에게 멋진 저녁을 대접하는 듯했다. 우리에게 대구의 맛과 바다의 낭만이란 선물을 준 Cape Cod와 코드가 맞는 Fish&Chips! 대구에 대한 탐욕이 빚은 전쟁의 참혹함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기분 좋은 맛의 공감으로 바꾸어 버린 Fish&Chips! 그래서 우린 그날 이후로 Fish&Chips 마니아가 되어 버렸다.


무지개 깃발이 아름다운 곳, Province Town

Massachusetts 주의 Cape Cod에 위치한 Province Town(프로빈스 타운)은 1620년 청교도가 플리머스를 발견하기 전에 상륙하였던 곳인데 정박 중인 배 위에서 <메이 플라워 계약>을 체결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것보다 더 유명세를 치르는 것은 이곳이 ‘동성애자들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우리나라에서도 퀴어 축제가 열리고 유명 연예인에서 일반인들까지 커밍아웃을 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현실은 그들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는 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Province Town의 첫인상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네였다. 집이나 상점에는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고 거리에는 나이와 인종에 관계없이 그들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두 손을 꼭 쥐고 걷는 뚱뚱한 남자 커플과 상점 앞에서 뜨거운 포옹을 하는 잘 생긴 젊은 남자 커플,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걷는 할머니 커플, 식당에서 Holiday를 즐기는 여러 커플들과 대부분 동성애자인 상점 점원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것은 사랑 그 자체였다.

숨겨지지 않는 상대에 대한 사랑이 우리 눈에는 아름답게만 보였다. 그러면서 만약에 우리나라에 이런 마을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그동안 잘 학습된 님비주의가 작동하여 많은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중에는 격려와 인정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기지 않으리라. 이렇게 추측하는 것 자체도 또 하나의 편견이 아닐까 반성해 본다. 이제는 우리도 사랑의 방식이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수용하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동성끼리의 사랑과 결혼, 비혼과 비혼 주의자의 출산도 그들이 자율의지로 책임지겠다면 박수까지는 아니어도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리라. Cape Cod의 땅 끝에 위치했지만 동성애자들에게는 시작의 땅이 된 Province Town. 그곳을 거니는 동안 마주친 동성애자들의 눈빛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 무지개 깃발이 더욱 많은 곳에서 펄럭이고 그 깃발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 자신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었다.

그래서 마이클  커닝햄이 그의 책 <그들 각자의 낙원>에서 Province Town을 이렇게 정의했다. “에드워드 호퍼, 마크 로스코, 유진 오닐, 노먼 메일러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보금자리,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자유의 땅, 4백 년 동안 망명자들, 반항자들, 이상주의자들을 끌어당긴 곳이라고. 그래서인지 Province Town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오늘도 내일도 끊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들었다.

Amish와 Hershey, Cape Cod의 Fish&Chips와 Province Town. 이들의 관계를 여행 전엔 대척점에 놓았었는데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동일점에 있음을 확인했다. 물질보다는 인간다운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Amish와 소비문화의 첨병처럼 보이는데 그 이면엔 기업가 윤리로 무장한 기부문화를 통해 존경받는 기업인상을 보여주는 Hershey의 달콤한 반전. 거기에 더해  Fish&Chips를 통해서 본 대구와 인류 역사의 상관성이 낳은 독특한 먹방 문화와 Province Town에서의 동성애자들의 삶을 읽으며 갖게 되는 차이와 인정. 이 모든 것들에게서 부러움보다는 헛헛함이 드는 건 왜일까? 코로나로 인한 집단 우울증을 겪으며 가장 물질적이고 경쟁 지향적인 미국의 아이러니한 아이콘인 Amish 공동체를 여행하며 받았던 문화적 충격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함께 간 HERSHEY'S CHOCOLATE WORLD에서는 HERSHEY가 단순한 초콜릿 회사가 아닌 기업가의 윤리 정신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단적으로 보여준 달콤한 회사임을 알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에. 또한 지극히 대중적인 음식인 Fish&Chips와 지극히 대중적이지 않은 Province Town의 대비에서 아직도 우리 곁에 숨어 있는 차별의식을 읽었기에. 그 헛헛함을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Fish&Chips와 맥주를 마시면서, 정신적으로는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가짐으로 채워보았다. 만인에게는 만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는 것과 경험하지 못한 라이프 스타일이 주는 낯선 즐거움에 빠져보는 것도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고 말해준다, 공감으로 만들어진 도시들이. 이제, 프로빈스타운을 사랑해 그곳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다 모래언덕으로 돌아간 메리 올리버의 시를 들으며 내가 그리고 싶은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떠올려 보자, 달콤한 핫쵸코를 마시며.


아름다운 장소들로의 여행에 대하여              메리 올리버

     나는 아직도 날마다 신을 찾아다니고

     아직도 도처에서 신을 발견하지.

     먼지 속에서, 꽃밭에서,

     물론 바다에서,

     저 멀리 누워 있는 섬에서

     얼음의 대륙들, 모래의 나라들

     모두가 저마다의 창조물들과  

     신을 갖고 있지, 어떤 이름으로든.

     주머니에 아직 백 년쯤 넣고서  

     배를 타는 건 얼마나 완벽한 일일까.

     하지만 이미 늦었지, 우리 모두,

     그리고 사실 존재하는 배라고는

     우리 모두가 타고서

     세상을 불태우며 지나가는 배뿐이지.

작가의 이전글 올여름 피서는 비치Beach들의  경연장에서 언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