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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Jan 07. 2022

남편이 영어를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

Consistency is key.


남편은 영어를 잘한다. 나보다 잘하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미국에서 만난 많은 외국사람들 중에서도 아주 잘하는 편에 속한다. 물론 원어민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들 중에서는 빼어난 수준이다. 남편과 영어로 처음 대화를 나눈 미국 사람들 중 몇 명은 영어를 정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남편의 영어에는 특유의 악센트가 없고 아주 자연스럽다며 어디에서 영어를 배웠냐고 묻는 걸 보기도 했다. 남편만큼 영어를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영어를 잘했기에 남편은 토플 점수를 확보할 수 있었고 해외 대학원 교환학생에 선정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도 오픽 점수 등의 영어로 인해 스트레스받는 일이 없었다. 회사에서 오픽 점수에 따라 성과급을 주기도 했는데, 큰 어려움 없이 좋은 점수를 받아 제출했다. 미국에서 학업을 할 때도 영어 덕분에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무난하게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영어를 잘함으로 인해서 그동안 많은 기회를 얻었고 또 많은 성취도 얻어낼 수 있었다. 남편은 어떻게 영어를 잘할 수 있었을까?


특이한 점은 시댁 식구들 중에서 해외 유학의 경험이 있거나 영어를 잘하는 분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남편이 유일하다. 남편은 영어 회화학원을 다닌 적도 없고 영어 교재도 토플 공부할 때 몇 권 산 것이 전부라고 한다. 몇 년 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영어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시누이가 "오빠가 영어 하는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라고 해서 같이 한바탕 웃은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20년 동안 남편을 봐 오면서, 10년 동안 남편과 같이 살면서 왜 남편이 영어를 잘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꾸준한 듣기와 보기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20년 전 굿모닝팝스 영어회화 클럽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남편은 매일 아침 굿모닝팝스를 듣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잠이 많다는 핑계로 듣지 못하고 있을 때 남편은 꾸준히 영어 듣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지금은 굿모닝팝스를 듣고 있지 않지만, 남편은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 10년 간 아침마다 굿모닝팝스를 들었다. 우연히 중학생 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듣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들었다고 한다.


나와 남편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 두 편씩은 같이 시청하며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외에 보는 프로그램은 나의 경우, 건강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인데 반해, 남편은 미드를 즐겨 본다. 처음에는 영어 자막을 켜고 미드를 보고 두세 번 보는 드라마일 경우 자막 없이 시청을 한다. 미드 프렌즈는 정말 많이 봤다고 하고 로스트도 몇 번이나 봤다고 한다. 20년 가까이 미드를 즐겨보고 있는 남편,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꾸준한 말하기 연습


미국에서 살면서 영어를 쓰면서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중 가장 어려운 영역은 당연히 말하기 영역이다. 듣고 읽고 이해하는 것이 웬만큼 된다 하더라도 영어로 말하는 것은 도저히 잘 안될 때가 많다. 말하기는 전혀 다른 영역에 해당한다는 것을 영어를 쓰면서 더욱더 느끼고 있다. 남편의 영어에서 특별히 더 돋보이는 부분은 말하기에 대한 부분이다. 어떻게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 어려움을 깰 수 있었을까? 미국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남편이 영어를 술술 잘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말하기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는지 나 또한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당시, 남편은 굿모닝팝스를 꾸준히 듣고 미드를 꾸준히 보고 있었지만 영어 말하기를 그렇게 잘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 당시 영어 말하기는 동아리 멤버들보다 조금 잘하거나 비슷한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영어로 무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영어로 전공과목 강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꾸준한 말하기 연습에 있었다. 남편은 유학시절, 토스트마스터즈 클럽이라는 스피치와 리더십을 연습하고 개발하는 모임에 오랫동안 활동을 했었다.


미국 유학이 영어 말하기 실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남편은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5년 이상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토스트마스터즈 클럽 모임에 나가며 영어 발표를 직접 연습하고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모임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모두 미국 사람들이었고 남편만 외국사람이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꾸준히 스피치 경험을 쌓았고 매주 한 번씩 하는 모임에 빠진 적이 거의 없었다고. 분명 그때의 경험이 말하기 실력을 크게 올려주었을 것이다.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기


영어는 언어이다. 그것도 한국어와는 전혀 다른 정말 어려운 언어이다. 하지만 글로벌 언어로서 매우 중요한 언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어를 잘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기회도 정말 많다. 어려운 언어인 만큼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잊기 마련이고 자주 사용하지 않지 않으면 말로 내뱉기는 더욱 어렵기 마련이다. 나도 영어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이지만 남편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직생활을 할 때 영어 연수도 자주 듣고, 영어 모임에도 종종 나갔지만 꾸준히 영어를 듣고 보지 않았다. 말하기 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제 컴퓨터만 켜면 휴대폰만 열면 영어 학습자료, 정보, 비법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좋은 교재, 좋은 학원, 좋은 유튜버가 내 영어공부를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라는 사실, 그것은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는 일이다. 내 손으로 내 입으로 영어를 꾸준히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올해에는 영어공부를 꾸준히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뽀빠이 남편, 기다려주오, 올리브가 곧 따라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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