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낳고 나니, 엄마가 되고 나니 삶의 태도나 마음 가짐이 더 진지해진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로서 자녀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키우면서부터는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으로 와닿는 모든 것이 더 고와지고 섬세해진 것 같다.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일은 그 전과는 정말 다른 차원의 깊이와 넓음을 선사해 준다.
한국에서 살 땐 한국 엄마들의 자식사랑, 교육열이 많이 높다고만 생각했는데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도 살아보니 이곳 엄마들의 자식사랑도 아주 높음을 자주 느낀다. 매일 아침과 오후에 차로 등하교를 시켜주는 수고로움은 기본이요, 축구나 농구 등의 방과 후 특기 교육을 위해 장시간 운전하고 교실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 수업을 참관하며 끝날 때까지 대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식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는 평범함 진리를 이곳에 와서야, 살아보고 나서야 깨닫는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냥 그렇게 지나쳤던 말들도 이젠 마음 절절하게 와닿는 경우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된 덕분에 더 공감하고 더 동의할 수 있게 된 말말말들에 대해서 적어본다. 영어에도 유사한 표현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많고 많은 아이들, 학생들을 만났고 지금도 만나면서 생활하지만 역시 그중에 제일은 우리 아들, 똘똘이다. 엄마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터, 자기 자식이 제일 예쁘게 보이고 제일 좋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엄마의 마음에 딱 맞는 속담이 있으니 그건 바로,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어버이 눈에는 제 자식이 다 잘나고 귀여워 보인다는 뜻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제일 곱다고 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만은 곱다고 쓰다듬는다.
털이 바늘같이 꼿꼿한 고슴도치도 제 새끼의 털은 부드럽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함함하다’는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는 뜻을 지닌다. 이 속담은 ‘털이 바늘같이 꼿꼿한 고슴도치도 제 새끼의 털이 부드럽다고 옹호한다는 뜻’으로 자기 자식의 나쁜 점은 모르고 도리어 자랑으로 삼는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The beetle is a beauty in the eyes of its mother.
딱정벌레(풍뎅이)도 그 어미의 눈에는 아름답다.
=Every mother thinks her child is the most beautiful.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내가 낳은 아이가 너무 예쁘고 소중한 나머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평소 우리의 눈은 아주 민감해서 속눈썹이 하나라도 들어가거나 약간의 흙먼지만 들어가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너무나 깊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과장스러운 표현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정말 생동감 있는 묘사가 아닐 수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어떤 것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하는 말로, 주로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지칭
비슷한 표현: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맛있게 먹는 것만 보아도 엄마는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어찌 배가 부를 수 있을까? 왜냐하면 그 이유는 너무나도 뿌듯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학교 갈 채비를 하는 똘똘이를 보면서 내가 먹은 거라곤 물 한 잔이 전부였음에도 이게 웬일? 정말로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He(She) is the apple of my eye.
'아주 중요한 존재나 대상'을 일컫는 말에 'apple of one's eye'라는 표현을 씀.
비슷한 표현: He is more dear to me than life itself.
He means everything to me.
He is very precious to me.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나는 똘똘이보다 힘이 세지만(아직까지는) 똘똘이를 절대 이길 수 없다. 똘똘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내가 똘똘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부모는 자식을 이길 수 없다고들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부모가 자녀를 더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은 부모만 한 자식 없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이는 자식이 부모에게 아무리 잘해도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만은 못하다는 뜻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부모는 자식의 의지대로 하도록 양보하게 된다는 말로 그만큼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크다는 것을 뜻함.
비슷한 표현: 부모만 한 자식 없다.
아무리 내 자식이라지만 어찌 항상 좋을 수만 있으랴, 똘똘이도 가끔 말을 안 듣고 약속을 어기고 막무가내로 떼를 부릴 때도 있다. 요즘 점점 머리가 커지면서 엄마의 요청이나 요구에 일단은 무조건 반대를 하고 나서 "트릭! 장난이에요." 할 때면 가끔 부글부글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면서도 속아주고 져주는 부모가 되는 이유는 결국 똘똘이를 이길 수 없는 나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Parents have a soft spot for their children.
'A soft spot'은 우리말로 '약점'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무언가를 못해서 보이는 약점이라기 보단 너무 좋아해서 강하게 하지 못한다는 뜻, 즉 특별한 애착이나 깊은 사랑을 의미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자녀교육에 대해서 요즘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는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이다. 이 말에 앞에는 '무릇'이란 단어가 붙기도 한다. 무릇의 의미는 '대체로 헤아려 생각하건대'라는 뜻이다. 봄철에 반드시 씨를 뿌려야 가을에 수확을 할 수 있고, 쇠가 불에 달구어졌을 때 두드려야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봄이 지난 후에는 씨를 뿌려도 절대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쇠가 식고 난 후에는 아무리 두들겨도 힘만 들뿐 모양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
(무릇)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모든 것은 때가 중요하다는 말로 제때 제 모습으로 자라고 성숙하여야 한다는 뜻
비슷한 표현: 자식도 농사와 같다.
이 말은 '자식도 농사와 같다'는 말과도 비슷하다. 예로부터 농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농사는 자식 농사라고 하는 걸 보면 이보다 중요한 농사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농사짓는 일처럼 자식을 키우는 일도 제때에, 각 시기에 알맞게 돌보는 정성이 필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미국에서 살고 있기에 미국 학교에 보내고 있지만 똘똘이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무엇보다도 한국어 교육이다. 한국어가 모국어로서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때를 놓치고 싶지 않기에 똘똘이의 한국어 수업은 잊지 않고 챙겨주려 한다.
There's a time for everything.
무슨 일이든 때가 있는 법이다.
비슷한 표현: Everything has its time.
뿌린 대로 거둔다.
느지막이 결혼을 한 탓에 아직 똘똘이 나이는 열 살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똘똘이를 키우면서 부모로서 많은 것을 느꼈고 지금도 계속 느끼고 있다. 똘똘이는 나와는 다른, 나와는 별개인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지만 똘똘이의 행동, 말투, 습관 등을 통해 나 또는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볼 때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자녀는 결국 부모를 닮는다.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자녀가 자란다는 말은 내가 항상 기억하고 싶은 말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그대로 다가온다는 뜻
비슷한 표현: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 자업자득(自業自得)
미국에서 나는 영어공부와 더불어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똘똘이에게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 배우며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모가 된 이후로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살포시 더해졌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고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는 말을 믿는다.
You reap what you sow.
사람이 씨앗을 심은 대로 거둔다.
비슷한 표현: What you give, you get back.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나로 인해 아이가 태어났지만 나는 아이로 인해 부모가 될 수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내가 낳은 아들을 매일 보고 안아주고 대화하면서 사랑의 깊은 감정을 느끼는 하루하루가 늘 소중하게 느껴진다. 똘똘이에게 매일 해주고 싶은 말, 해도 해도 또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사랑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