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남편이 요리를 시작했다.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by Olive

Happiness is watching the man of your life cooking for you.


우리 부부는 집안일을 적절히 분담하는 편이다. 미국에 와서부터는 하루 종일 일하는 남편보다 내가 더 하고 있긴 하지만 남편도 틈틈이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청소와 각종 수리에 관해서는 남편이 전담하고 있다. 컴퓨터, 휴대폰, 차량 관련해서는 남편이 혼자 척척 뜯고 열고 웬만한 건 고칠 수 있다. 손으로 하는 건 골고루 다 잘하는 덕분에 얻은 별명은 박가이버. 박 씨라서 맥가이버의 맥 대신 박이 붙었다. 하지만 그동안 박가이버도 영 소질이 없는 분야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요리였다.


초밥의 슬픈 기억


결혼을 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남편이 요리를 해 보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다. 초밥을 집에서 만들어 먹자는 제안이었다. 초밥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굳이 집에서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을까? 동네에 맛있는 초밥집이 있던데... 그러나 남편은 야심 차게 초밥용 연어와 고추냉이를 사 오고야 말았다. 소파에 앉아서 푹 쉬고 있으면 본인이 알아서 맛있는 초밥을 대령하겠다고 했다. 설마? 정말?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왠지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텔레비전 시청을 한참 하고 있는데 남편은 부엌에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하면서 부엌으로 가보니 남편은 그야말로 밥풀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초밥 재료를 다 잘 준비했지만 예쁘게 초밥을 빚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손에 묻은 밥풀을 이리저리 입으로 떼어먹으면서 초밥을 만드는 모습에 풋~ 웃음이 났다가 든 생각은 설마 초밥이 아니라 침밥? 남편은 침이 아니라고 했지만 왠지 손에 물기가 많은 느낌... 같은 초성이니 서로 통하긴 하네^^;; ㅊ밥! 그 이후로 요리와 남편은 조금씩 멀어졌고 나 또한 남편에게 요리를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 갔다.


라면만큼은 내가 전담


남편의 요리는 아닌 거 같다는 생각에 언젠가부터 음식 만드는 일은 내가 전담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있을 땐 맞벌이 부부로서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았기에 나 또한 요리와 크게 친하지 않았다. 늘 시간에 쫓겨서 대부분 간단한 밥상을 차렸고 간편식, 배달 음식, 외식과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미국에 와서부터는 요리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아침에 도시락까지 싸야 하면서 요리는 하루 일상 중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일로 다가왔다. 뭐든지 하면 할수록 느는 법이었다. 요리도 마찬가지였다. 맛있는 요리가 탄생할 때마다 마치 마법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리를 하는 것이 힘들다기보다는 기쁨과 보람이 함께 했다.


하지만 늘 기쁜 일일 순 없었다. 가끔 하기 싫고 대충 먹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미국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은 라면이었다. 남편은 라면만큼은 내가 전담하겠다며 맡겨만 달라고 했다. 오케이~ 그럼 쌩유지! 남편은 궁극의 라면 맛을 찾겠다며 다양한 라면을 다양한 방법으로 끓여보기 시작했다. 마침내 남편이 찾은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약간 자작한 국물에 면을 먼저 끓여서 건져낸 후 남은 국물에 계란을 반숙으로 익혀내는 방식이었다. 똘똘이는 넓은 접시에 국물 없는 면발을 덜어 반숙 계란과 함께 비벼서 먹는 걸 좋아한다.


중국 요리를 해 보겠다고?


그렇게 남편은 라면을 전담하기 시작했다. 매일 먹는 라면은 아니었기에 일주일 또는 열흘에 한번 정도 가족을 위해 라면을 끓이기 시작한 남편. 남편은 우리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요리도 해 보고 싶다며 라면 말고 어떤 요리를 해 줄까? 묻는 남편에게 초밥은 노우~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요리 말고 다른 거 해 줘. 사실 라면 이외의 요리는 내가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한동안 라면만 담당했던 남편이었는데 어느 날 중국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작년에 한국분께서 동네에 있는 중국식당을 소개를 해 주신 적이 있다. 메뉴가 정말 다양했는데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여쭈니 그건 바로 몽골리안 비프였다. 코로나 때문에 식당에서 먹지 못하고 몽골리안 비프와 다른 몇 가지 음식을 포장 음식으로 가져와서 먹었다. 진짜 오랜만에 먹은 중국 요리였다. 맛이 참 좋았다. 소고기를 사 오면 대부분 불고기 또는 소고깃국만 만들어 먹었는데 몽골리안 비프도 아주 괜찮았다. 중국 요리가 있었네! 몽골리안 비프를 맛있게 먹은 이후 남편은 갑자기 중국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아니야, 조대중이야~ 저녁을 먹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난생처음 듣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거 무슨 노래야? 가사가 너무 웃겼지만 왠지 중독성이 있었다. 조대중? 누구지? 남편은 대중식당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중국 요리에 꽂힌 남편은 중국 요리 관련 유튜브 채널 중 대중식당, 이연복의 복주머니, 육식맨 등 몇 개를 열심히 시청했다. 작년 가을, 유튜브 선생님과의 공부?를 마친 남편은 중국 요리에 있어서는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 중국 요리를 해 보겠다고?


몽골리안 비프, 짬뽕, 고추 잡채


몇 달 전, 남편은 처음으로 몽골리안 비프에 도전했다. 거실에서 쉬고 있어, 곧 만들어 줄게! 드디어 남편이 요리를 시작했다. 소고기와 파, 마늘, 생강, 굴소스 등등 재료를 모두 준비한 남편, 그리고 이어진 탁탁, 챱챱, 휘휘 등 갖가지 소리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완성! 마침내 탄생한 남편의 첫 요리는 몽골리안 비프였다. 일단 비주얼 합격, 사진 한 장 안 찍을 수 없지. 그리고 맛을 보니, 와우~ 기름이 너무 많았던 중국 식당 요리보다 낫다는 결론, 맛도 합격이었다.


남편의 중국요리 메뉴 세 가지: 몽골리안 비프, 짬뽕, 고추 잡채


나와 똘똘이의 큰 칭찬에 힘입은 남편은 그다음 메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겨울이 다가오니 짬뽕, 콜? 당연히, 콜! 짬뽕의 재료 중에서 꼭 필요한 두 가지 해산물이 있었다. 새우와 홍합. 냉동 새우는 미국 마트에서 흔히 팔기에 구하기가 쉬웠는데 홍합은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었다. 홍합이 과연 있을까? 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가까운 동네 마트에 깨끗하게 손질해서 잘 익혀놓은 냉동 홍합을 팔고 있었다. 냄비에 언 홍합을 그대로 넣고 끓이면 10분 이내로 맛있는 홍합탕이 완성되었다. 각종 야채를 듬뿍 넣고 새우에 홍합까지 넣은 짬뽕은 우리 가족의 겨울철 최고의 국물요리가 되었다.


냉장실에 있던 피망을 보자 남편은 고추 잡채에도 도전을 했고 그 맛도 역시 훌륭했다. 잘 먹지 않게 되는 피망이었는데 고추 잡채로 만들어 놓으니 맛있는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었다. 이리하여 남편의 중국 요리 메뉴는 현재 세 가지가 되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 준 요리는 짬뽕! 겨울이라 그런지 뜨끈한 것이 당긴다. 짬뽕에는 야채, 해산물, 고기가 골고루 들어가고 거기에 구수하고 얼큰한 국물까지 있으니 다른 반찬도 필요 없다. 똘똘이도 짬뽕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한 그릇을 금방 뚝딱한다.


박가이버에서 박셰프로? 앞으로도 계속 남편의 요리를 맛볼 수 있기를 바라며!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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