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은 사칙연산과도 같은 것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by Olive

Baking is love made edible.


미국에 오기 전에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외국 생활을 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요리 솜씨가 엄청나게 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 밑에는 '맞아요, 정말 그래요.' 등의 공감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려 있었다. 그땐 설마 나도? 하면서 무심코 글을 읽고 넘겼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말은 내게도 사실이 되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내 요리 솜씨는 미국에서 사는 동안 정말 많이 늘었다. 이제 제법 다양한 음식들을 큰 어려움 없이 척척 만들 수 있다. 한국 음식이 귀한 미국 시골에서 먹어서 그런지 맛도 참 좋다.


요리 솜씨 중에서도 특히 베이킹 실력은 늘은 정도가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일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해 본 적도, 해 볼 생각도 안 했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꼭 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짭짤한 스낵보다는 달달한 쿠키나 케이크를 좋아하는 나에게 집에서 하는 베이킹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라 했던가. 하나 둘 집에서 만들어보니 홈 베이킹의 영역도 굉장히 넓고 다양했다. 해 보기 전까지는 멀게만 느껴졌던 베이킹이었지만 몇 년간 즐겨하다 보니 이제는 아주 부담 없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활동이 되었다.


홈베이커로서, 빵과 쿠키를 자주 만드는 주부이자 엄마로서 베이킹에 대한 네 가지 생각을 사칙연산에 담아본다. 요즘 수학에서 사칙연산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똘똘이를 보면서 어쩌면 베이킹은 사칙연산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킹은 더하는 것


베이킹은 더하기의 과학이다. 최종 완성작을 위해서는 각종 재료를 알맞은 무게로 잘 재서 순서대로 잘 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재료를 더할 땐 알맞은 온도여야 하는 점도 기억을 해야 한다. 계란, 버터 등 냉장고에서 꺼낸 재료들은 만들기 한 시간 전쯤 실온에 내놔야 하고, 가루류는 미리 섞은 후 체로 쳐 놓아야 섞을 때 고루 잘 섞일 수 있다. 발효빵의 경우에는 잘 치대는 정성과 적당히 부풀어 오르는 발효의 시간까지 더해져야 폭신하고 부드러운 빵의 질감이 나올 수 있다.


우리 집 부엌에는 언제든 더해서 빵과 과자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상시 구비해 놓는 재료들이 있다. 가루 재료로는 밀가루, 전분가루, 아몬드 가루, 찹쌀가루, 오트밀, 이스트, 베이킹 소다와 베이킹파우더가 있다. 밀가루는 중력분과 통밀가루 두 가지를 구비해 놓고, 전분가루도 옥수수 전분과 감자 전분을 구비해 놓는 편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는 버터, 계란, 우유, 크림치즈, 견과류가 상시 대기 중이다. 그리고 찬장에는 몇 가지 종류의 설탕과 소금, 건포도, 말린 크렌베리 등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베이킹을 많이 하면서 생소했던 재료도 종종 구매를 하게 된다. 그중에는 바닐라 익스트랙과 헤비 크림이 있다. 계란의 냄새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바닐라 익스트랙을 몇 방울 넣고 베이킹을 하면 은은하게 바닐라 향이 퍼져서 좋다. 헤비 크림은 가끔 샀던 것이었는데 요즘 들어 냉장고에 없으면 허전한 것이 되었다. 헤비 크림에 설탕 약간, 바닐라 익스트랙 몇 방울 넣은 후 핸드믹서를 몇 분 신나게 돌려주면 맛있는 생크림이 만들어진다. 버터 대신 헤비 크림을 넣고 스콘이나 파운드케이크를 만들게 되면 만드는 과정이 훨씬 쉬워진다.


홈 베이킹 초창기 때 만들었던 발효빵들(맨 오른쪽 동그란 빵은 100% 똘똘이 작품)

베이킹은 빼는 것


처음에 베이킹을 할 때는 뭘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에만 관심을 많이 가졌다. 이것도 더해보고 저것도 더해보고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발효빵도 자주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단순한 베이킹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발효빵이 폭신 폭신 부드럽지만 한번 만들면 부드러움에 취해? 너무 많이 먹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베이킹을 자주 하게 되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발효빵보다는 만들기도 쉽고 재료도 단순한 빵과 과자, 조금 더 건강한 재료로 만드는 베이킹에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요즘 가급적 빼거나 줄이고자 하는 재료는 두 가지이다. 바로 밀가루와 설탕. 밀가루 음식이 몸에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베이킹을 하면서부터 밀가루는 나의 단짝처럼 느껴졌다. 박력분, 중력분, 강력분 등 용도에 따른 밀가루에 대해서도 미국에 와서야 제대로 알았다. 쿠키를 구울 땐 박력분, 일반적으로 두루 쓰는 중력분, 폭신한 발효빵을 만들 땐 강력분을 쓰는 등 베이킹을 할 땐 알맞은 밀가루를 써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을 위해 너무 많은 밀가루는 조금씩 멀리하고자 한다. 밀가루보다는 오트밀을 믹서로 갈아서 만드는 오트밀 가루로 빵을 만들고, 아몬드를 곱게 갈아 놓은 아몬드 가루를 활용한 베이킹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맛도 좋고 영양에도 더 좋다.


베이킹을 하면서 너무나도 가까워져 버린 재료는 바로 설탕이다. 쿠키나 케이크 등을 만들 때 밀가루 양의 절반을 차지하는 설탕의 양을 보면서 '너무 달면 어떡하지?'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건 언제나 착각. 설탕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맛도 좋아지니 몸에 안 좋은 설탕이라도 이를 끊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되었다. 설탕을 못 끊는다면 설탕 대신 무엇을 넣어서 단맛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요즘 자주 활용하는 것은 설탕 대체제(몽크 푸룻이나 에리스리톨 등), 말린 과일류(건포도, 말린 크렌베리, 대추야자, 건자두 등), 천연 단맛(꿀, 메이플 시럽 등)이다. 몸에 안 좋은 재료를 과감히 빼고 만들 수 있는 것 또한 홈 베이킹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오트밀 씨앗 퀵 브레드, 피칸 아몬드 가루 비스코티, 치즈케이크(노 밀가루, 노 설탕)

베이킹은 곱하는 것


아무리 그래도 밀가루를 아예 끊을 수는 없다. 내겐 겨울 최고의 간식인 호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길거리 음식을 그리 즐겨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유일하게 즐겨먹었던 간식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호떡이었다. 추운 겨울에 김이 모락 나는 호떡을 한 입 베어 물면 따끈함과 쫄깃함, 그리고 이내 이어지는 달콤함과 시나몬의 향긋함, 마지막에 깨와 땅콩의 고소함이 더해져 세상 행복했던 그 맛. 미국에 와서도 잊을 수 없는 한국 간식으로 호떡이 제일 먼저 떠오르곤 했다. 안 되겠다, 만들어 먹자! 홈 베이킹의 매력은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대로 원 없이 해 먹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겨울을 맞이하여 요즘 종종 만들어 먹고 있는 간식은 다름 아닌 호떡이다. 사실 나는 기름 듬뿍 넣고 튀기듯이 부쳐내는 호떡보다는 기름을 거의 안 넣고 만드는 담백한 호떡을 훨씬 좋아한다. 한국에서 길거리 호떡을 사 먹을 땐 넉넉한 기름을 넣어 튀기듯 부친 호떡이 대부분이었다. 기름을 적게 넣거나 안 넣은 호떡을 먹고 싶어도 파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홈베이킹의 장점은 언제든, 얼마든지, 내 마음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 겨울이면 담백하게 구운 호떡을 자주 해 먹는 편이다.


호떡 반죽에는 내가 좋아하는 흑임자를 듬뿍 넣고, 호떡 소에는 각종 씨앗들과 땅콩 등의 견과류도 넉넉하게 넣어 호떡을 만든다. 호떡을 만들 땐 찹쌀가루를 많이 넣을 수도 있고 안 넣을 수도 있다. 부풀리기 위해 이스트를 사용할 수도 있고 베이킹파우더를 넣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역시 가장 맛있는 호떡은 밀가루에 찹쌀가루는 약간만 넣고, 이스트로 발효시켜 만드는 호떡이다. 잘 부푼 반죽에 소를 넉넉히 넉은 후 설탕이 충분히 잘 녹도록 중약불에서 노릇하게 구워내는 것이 포인트다.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다양한 종류의 호떡들(공갈 호떡, 찹쌀 흑임자 호떡, 구운 호떡)

베이킹은 나누는 것


베이킹의 가장 큰 매력은 나눔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넉넉히 만들어서 가족과 나누고, 친구들과 나누고, 이웃과 나누고 등등. 홈 베이킹으로 만든 쿠키와 케이크는 주변 분들에게 선물로 활용해도 손색없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초코칩을 듬뿍 넣은 쿠키를 만들어 선물하고, 달달한 케이크와 차를 자주 즐기는 친구에게는 가끔 파운드케이크를 구워서 함께 한다. 하교 후 간식을 꼭 먹는 똘똘이를 위해서는 블루베리 등의 과일을 듬뿍 넣은 아몬드 케이크를 자주 굽는다. 시원한 우유와 함께 먹으면 오후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작년 말에는 두 명의 미국 친구들이 내게 집에서 만든 맛있는 쿠키를 나누어 주어서 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다. 미국 사람들은 단맛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메리칸 쿠키에는 단맛이 찐하게 함유되어 있다. 너무 많은 설탕은 몸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쿠키에 넉넉한 설탕과 초코칩이 빠지면 서운하다. 한 달 전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매주 수요일에 만나는 친구인 넬께서 우리 가족을 또다시 초대해 주셨다. 간단한 상차림을 할 거니 내게는 음식을 만들어 오지 말라 하셨지만 나는 디저트라도 한 가지 만들어 가고 싶었다.


무엇을 만들어 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은 미국 케이크스러우면서도 살짝 한국적인 것을 가미한 호박 파운드케이크. 파운드 케이크 레시피에 찐 호박을 고루 섞고 구수한 콩가루와 호박 조각을 섞은 소보루를 위에 뿌려서 구워내니 더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가 탄생을 했다. 옆집 이웃 분께 나눔해 드리니 함박웃음과 함께 땡큐! 넬께도 갖다 드리니 아침으로 먹기에 너무 좋겠다고 하시며 땡큐! 베이킹은 역시 나눔 후에 더 큰 기쁨이 되는 일이다.


연말에 미국 친구들이 만들어서 나눠 준 쿠키들(크렌베리 오트밀 쿠키, 초코칩 쿠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이웃들과 나눠 먹고자 만들었던 파운드 케이크(버터넛 스쿼시+콩가루 소보로)

베이킹을 정식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돈을 내고 베이킹 수업을 받은 적도 없다. 하지만 주변에는 베이킹을 함께해 준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온라인에는 친절하게 자신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제과제빵 선생님들이 있었다. 베이킹의 비읍자도 몰랐었는데 이제는 적절히 더하고 빼고 곱해서 베이킹으로 여러 가지 빵과 과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동안 집에서 많은 빵과 과자를 만들면서 베이킹은 마치 사칙연산과도 같았다. 베이킹이란 알맞은 재료에 시간과 정성을 더하고, 몸에 안 좋은 재료는 적절히 빼서, 만들고 싶은 만큼 넉넉히 만든 후에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사칙연산의 활동!


다른 의미에서도 베이킹은 사칙연산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킹을 통해 넉넉한 마음이 늘었고, 간식을 사는 횟수는 줄었으며,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빵과 과자를 함께 하면서 사랑과 우정을 배가시킬 수 있었다. 베이킹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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