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Year is like a blank book, and the pen is in your hands. It is your chance to write a beautiful story for yourself.
2022년 2월 1일 음력설, 설날이 지나고 나니 이제야 진짜 새해가 밝은 기분이다. 당연히 미국에는 음력설이 없다. 미국 내에서도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등의 동네에서는 음력설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백인이 주류인 우리 동네에서는 음력설의 느낌을 조금도 찾을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 선생님으로서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챙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미국에 살고 있어도 여전히 설날과 추석은 나에게 설렘을 주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올해 설날을 전후하여 내가 한 일들에 대해 떠올려 본다. 무엇을 하면서 설날을 보냈지? 되돌아보니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연하장과 함께
설날을 앞두고 연하장과 함께 새해 인사를 나눴다. 매해 설날이 되면 나는 연하장 양식을 만들고 색깔 종이에 프린트를 해서 주변 분들과 나눈다. 앞표지에는 그 해에 해당하는 동물 그림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장을 넣고 하단에 이 말의 의미와 설날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넣는다. 미국 친구들이 이 연하장을 받았을 때 이해를 돕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다. 뒤표지에는 한국의 전통 문양과 한국을 대표하는 작은 그림을 배치한다. 색깔 종이 덕분에 흑백으로 인쇄를 해도 반으로 접으면 연하장으로 쓰기에 제법 훌륭하다.
이번 설날에는 호랑이 해를 맞이하여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호랑이 그림을 집어넣었더니 꽤 그럴싸했다. 홍삼 캔디와 젤리를 복주머니에 넣은 후 연하장과 함께 준비를 했다. 가깝게 지내고 있는 미국 친구들, 미국 선생님께 한국의 설날과 복주머니, 홍삼 간식을 소개하며 드리며 "해피 설날!" 인사를 건넸다. 멀리사는 친구분들께는 우체국에서 가져온 택배 종이박스에 한국 간식 등 몇 가지와 연하장을 함께 보내드렸다. 택배비는 10불 내외로 다소 비싼 편이다. 배보다 배꼽이 조금 더 크지만 멀리 살아서, 이사를 가 버려서 만날 수 없는 분들께 연하장과 함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좋았다.
학생들과 함께
설날 3일 전에는 학생들과 함께 윷놀이를 했다. 브런치가 맺어 준 한국 고등학교 선생님과의 인연, 그 선생님도 나와 같은 김 선생님이셨다. 김 선생님께서 제안해 주셔서 함께 진행했던 글로벌 프로젝트, 한국-미국 온라인 교류 프로그램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 선생님이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해 8월 말 내게 연락을 주셨고 9월 한 달 동안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짰다. 그리고 10~12월, 무려 3개월 간 한국과 미국의 약 50명의 고등학교, 대학교, 한글학교에 있는 학생들, 선생님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나는 자원봉사 교사였고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지만 3개월이나 함께 한 시간을 그냥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수료식은 학생들과 직접 만나는 축하와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많은 미국 대학교들이 새해부터는 마스크 착용을 선택사항으로 바꾼 탓에 많은 학생들이 마스크 없이 다니고 있지만 우리들은 다들 마스크를 쓰고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12월 마지막 주에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1월 개학 후 바로 수료식을 하고자 했지만 몇몇 학생들이 컨디션이 안 좋고 격리 중이어서 날짜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잡은 날짜는 1월 29일 토요일이었다.
수료식 때 느낀 점 교환, 수료증 배부, 기념품 증정 등으로 일정을 짜면 되겠지 하다가 달력을 보니 3일 후면 설날이었다. 그렇다면 윷놀이를 안 할 수 없지! 윷놀이는 언제 해도 재미있지만 설날 무렵에 하면 더 재미있다. 수료식 행사를 모두 마치고 빨간 팀과 파란 팀으로 나눈 후 윷놀이 시작했다. 7개국에서 모인 인터내셔널 학생들이 함께 했고 윷을 몇 번 던지자마자 모두 윷놀이의 매력에 빠졌다. 똘똘이도 빨간 팀의 멤버가 되어서 윷을 던졌다. 처음 던진 결과는 놀랍게도 모! 대학생 형, 누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똘똘이의 모 덕분에 빨간 팀이 앞서 나갔다. 하지만 파란 팀이 말 세 개를 엎어서 함께 이동하는 바람에 결국 파란 팀 승! 윷놀이 묘미는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덕분에 올해 설날을 앞두고 함께 한 수료식은 더 의미 있었고 흥미진진했다.
친구들과 함께
설날을 축하하며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설날을 앞둔 일요일 오전, 동네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 연세 지긋하신 한국인 두 분께서 설날이니 함께 식사를 하자며 연락을 주셨다. 너무 오랜만에 뵙는 시간이었다. 두 분은 미국에 정착하신 지 오래되신 분으로 동네에서 각기 다른 가게를 운영하고 계신다.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두 분이 만나실 때 가끔 나를 챙겨주신다. 나를 오라고 하신 곳은 해산물 레스토랑이었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특선 메뉴로 해산물 모둠이 있었는데 다 같이 그걸 시키면 좋겠다고 하셨다. 커다란 비닐 안에 음식이 담겨 나온다고 하셔서 뭐지? 했는데 잠시 후 진짜 풍선처럼 부푼 큰 비닐봉지가 내 앞에 놓였다.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비닐장갑을 양손에 낀 채 비닐봉지 속에 있는 음식을 먹는 방식이었다. 새우, 가재, 대게, 옥수수, 감자 등 모든 음식이 비닐 안에 소스와 함께 잘 익혀진 상태로 나왔다. 먹은 후 비닐이 너무 많이 배출되는 점이 마음에 살짝 걸렸지만 오래간만에 먹은 해산물이 기분 좋게 속을 채워줬다.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2차를 안 갈 수 없다며 이동한 곳은 피자집이었다. 미국 피자는 언제 먹어도 푸짐하다. 해산물과 피자는 모두 한 분이 계산을 해 주셨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씀을 드리니 "이 정도로 뭘~ 새발의 피야." 새발의 피라는 말이 그렇게 멋있는 말인 줄 미처 몰랐다. 이번 설날에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설날이 지나고 맞은 첫 토요일, 어제는 세 가정이 모여 설날 기념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의 시간을 가졌다. 남편들은 하는 일이 모두 비슷하고, 부인들은 나잇대가 모두 비슷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시종 화기애애했다. 호스트를 해 주신 분께서는 돼지 등갈비 김치찜을 준비해 주셨다. 내가 준비한 음식은 약밥과 쿠키, 두 가지였다. 약밥은 아이스크림 스쿱을 이용해서 담은 후 잣으로 장식을 했다. 쿠키는 약간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걸로 땅콩잼을 넣은 마가렛트와 깨를 듬뿍 넣은 사브레를 준비했다. 저녁 5시에 만났는데 9시가 넘어 끝이 났다. 밀렸던 이야기가 참 많았다.
어제의 모임을 끝으로 설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일들이 다 마무리된 느낌이다. 연하장과 함께, 학생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한 올해의 설날이 모두 지나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미국에서도 뜻깊고 즐거운 설날을 보낼 수 있었다. 이번 해의 시작이 좋았으니 2022년 새해도 좋은 해가 될 것 같다.